영국 영화감독들이 뿔났다. 앨런 파커, 켄 로치, 케네스 브래너, 스티븐 달드리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영국 영화·TV산업 종사자들이 12월16일 <더 타임스>에 온라인 불법다운로드를 항의하는 공개서한을 실었다. “우리는 (영화·TV와 같은) 창조적인 산업의 성공 여부가 콘텐츠의 불법 파일공유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걱정된다”로 시작되는 편지내용에 따르면 그들은 “정부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난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한해 영국에서 불법다운로드가 총 9800만건에 이르렀고, 6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불법파일을 공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TV프로그램의 불법다운로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영국 네티즌은 온라인TV콘텐츠의 25%를 불법으로 공유하고 있다. 인기있는 TV쇼의 경우 에피소드별로 그보다 훨씬 많은 다운로드가 이뤄진다. 영화·TV산업은 영국 전체 산업의 7%를 차지하는 알토란 같은 존재다.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이것은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보상을 받게 한다. 그 덕분에 관련 산업에 투자를 받아온 영화와 TV 프로듀서들 역시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광범위한 다운로드, 무료 콘텐츠가 이 모든 것을 위협한다”며 그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도 책임이 있다’고 일침을 가한다.
공개서한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는 온라인에서 불법적으로 콘텐츠를 배포하는 사용자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가 이뤄지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업체들이 책임감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규제해야 되는 게 아니냐”며 그들은 정부에 업체들과 이 문제에 관해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이번 단체요구는 영국 영화·TV예술협회(BAFTA)와 배우조합의 지지를 받고 있다. 얼마 전 워너홈비디오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2차 판권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우리에게 남 이야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