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공중파 TV광고 신청 물량이 2007년에 비해 30%나 줄었다. 업계에서는 12월 광고 물량이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매달 1일이면 적어도 스무개 이상 선보였던 신규 TV광고가 12월에는 10개도 채 안됐다. 광고주들 대부분이 내년 광고 물량을 줄인다고 이야기하고, 몇몇 광고 대행사는 이런 시장 분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해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불황기 광고’라는 주제의 기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불황기 광고의 패턴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품목의 변화, 메시지의 변화, 톤 앤드 매너(광고 전반에 걸친 분위기와 태도)의 변화다. 우선 재테크를 독려하는 금융광고, 고가 사치품이 줄어들고 대신 내구재나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품목들이 늘게 된다. 외식이 크게 줄어들었던 지난 IMF 구제금융 시기에 ‘쿠쿠밥솥’이 성공한 것이 그 보기다. 메시지의 경우, 희망을 독려하거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광고가 늘어난다. 삼성의 기업 PR도, LG텔레콤의 오즈 캠페인도 시청자에게 “힘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상당수의 광고들이 ‘요즘같이 어려운 때’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 번째는 톤 앤드 매너, 즉 광고가 어떤 태도로 말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번 불황은 예고된 불황이라서 더 힘겹다. 소비자는 어찌 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더 빨리 움츠러들고 더 굳게 지갑을 걸어잠글 것이다. 이런 상대에게 말을 한다면 폼나게, 정감있게, 재미있게, 무섭게, 불쌍하게(혹은 슬프게) 괴상하게 등 다양한 ‘태도’가 있을 것이다. 한껏 얼어붙어 있는 사람에겐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재판을 할 때 피고인의 미소가 형량을 낮춘다는 주장이 있다. 절대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시장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제품도 웃음 앞에선 회생의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적어도 한번쯤 구경은 해주지 않을까.
너무나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도 노란 고양이 눈동자가 떠오르는 뮤지컬 <캣츠>의 포스터를 보시라(사진1). 폼나게 말하기와 재미있게 말하기의 차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캣츠>에 주인공들인 고양이들을 대신해, 혹은 고양이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이 개가 오늘밤 상연될 뮤지컬에 우정 출연이라도 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별것 아닌 이야기도 참으로 맛깔스럽게 전하는 사람이 있다. 미국의 한 코미디채널 광고에서 그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사진2). 디테일이 유머를 만든다. 점 하나로 님이 남으로 바뀌는 이치다.
힘든 이 시기에 어설프게 격려하는 이보다는 씨익 한번 웃게 해주는 이에게 마음이 더 끌릴 것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런 광고가 있다면, 눈길이 가는 정도를 넘어 고마운 마음마저 들 것이다. 한번쯤 웃어보시라고 보여드린 이 광고들이 전혀 재미있지 않다면? 힘든 현실 때문에 심장이 얼어붙어버린 건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보시기 바란다. 유머를 잃는다면, 불안은 당신의 영혼을 더 빨리 잠식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