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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이 묻어나는 하모니카
강병진 2008-12-11

≪Another Story-한국사람≫ 전제덕/ JNH 발매

또 리메이크네, 라고 할지 모르겠다. 어차피 21세기 한국 음악계를 먹여살리는 건 80, 90년대 선배 뮤지션들이니. 원곡이 낫네, 리메이크가 낫네 등 리메이크 앨범은 매번 같은 구설수를 반복해서 듣는다. 하지만 하모니카 마스터인 전제덕의 한국 가요 연주앨범 ≪Another Story-한국사람≫은 같은 말을 반복하기가 어색하다.

전제덕은 노래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그가 2년 만에 발표한 이 앨범에서는 육성이 묻어난다. 단지 하모니카가 들숨과 날숨을 이용하는 악기여서만은 아니다. <광화문 연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우울한 편지> <가시나무> 등의 연주는 대중에게 먹히는 편곡이 아닌, 자신의 감상을 그대로 눌러넣은 듯한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라틴재즈로 편곡한 나미의 <보이네>와 마치 즉흥연주를 하듯 진행되는 산울림의 <개구쟁이>에는 그의 신명이 담겨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고(故) 김현식의 음악을 하모니카로 연주한 <한국사람>이다. 원곡에 가사를 붙이고 김현식의 아들인 김완제에게 보컬을 맡긴 이 곡에서 전제덕은 한발 물러나 두 부자의 만남을 지그시 관조하듯 하모니카를 연주한다. <개구장이>의 뒷부분에서는 실제 전제덕의 샤우팅 코러스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