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7일은 이소룡의 생일이다(1940년생). 올해가 죽은 지 35주년(7월20일) 되는 해여서 그런지 여름에는 몇몇 행사도 열렸고 그를 둘러싼 영화, 드라마 제작 소식도 들려왔다.
<소림축구>(2001)에서 이소룡의 노란색 줄무늬 <사망유희> 트레이닝복을 입고 골키퍼를 연기했던 진국곤은 50부작 드라마 <이소룡전기>에 출연했고 이미 방송은 지난달 시작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의 <엽문>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진 영춘권의 대가 엽문 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관금붕 감독도 지난 몇년간 이소룡 전기영화 <브루스>에 매달려왔다. <브루스>는 이소룡의 남동생인 로버트 리가 10년 가까이 준비해 발간한 전기에 바탕하고 있는데, 이 전기의 경우 2년 전 이소룡의 친딸 섀넌 리와 아내인 린다 리가 이에 발끈해 법정소송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소룡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사망유희>(1978)를 이소룡의 애초 소원대로 한국에서 촬영했다면 그에 관한 국내 사진자료도 꽤 많았을 것이다. 가령 명동에서 떡볶이를 먹거나 한복을 차려입고 독자들에게 큰 절하는(성룡이 참 잘하는) 사진들 말이다. 실제로 무도가의 자부심을 중시했던 그는 한국 태권도나 합기도 고수들과도 교분을 쌓았는데 <사망유희>에 출연했던 합기도 고수 지한재, 황인식이 그들이며 미국에 태권도가 뿌리내리는 데 큰 공헌을 했던 이준구 사범도 절친한 사이였다. <사망유희>뿐 아니라 <맹룡과강>(1971)에도 출연했던 황인식의 경우, 성룡이 이후 그의 실력에 반한 나머지 <사제출마>(1980), <용소야>(1982)에 연달아 그를 캐스팅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지한재의 제자이기도 한 김진팔은 홍콩에서 배우로도 활동했고 성룡을 비롯한 몇몇 쿵후배우들의 ‘발차기 트레이너’이기도 했다.
<사망유희> 이야기를 직접 구상했던 이소룡은 강탈된 국보가 한국 해안가 한 섬에 있는 탑의 꼭대기에 숨겨져 있고, 그 자신이 그 보물을 되찾기 위해 나서는 것으로 했다. 바로 국내 유일의 5층 목조건물인 법주사 팔상전에서 촬영하고자 했고, 그 내부에는 무술 고수들이 층마다 지키고 앉아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여러 문제로 촬영 스케줄 확정이 쉽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추위를 싫어하는 이소룡이 한국의 겨울을 피해서 촬영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사망유희>가 이소룡이 촬영 도중에 사망했음에도 그의 실제 출연 분량을 전반부가 아닌 후반부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날씨문제로 스튜디오에서 촬영 가능한 후반부 대결장면부터 먼저 찍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망유희>의 한국 로케이션은 무산됐지만 이소룡 사후 그를 대신해 전반부에서 이소룡 대역을 한 배우 역시 한국에서 건너간 무술용병 당룡(김태정)이었다. 그만큼 한국과의 인연이 깊어서, 아마도 그가 생존해 있었다면 국내 쇼프로 <명랑청백전>이나 <웃으면 복이 와요>에 홍보차 출연한 그의 동영상이 돌고 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