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한우정] “괜찮은 장롱영화 많다”
장영엽 2008-12-02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한우정 집행위원장

“대학가요제와 비슷한 행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전국 50~60개 대학의 학생들이 영화로 뭉친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의 풍경이다.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참여를 허용하고, 비상업영화제를 지향하는 기본 취지는 4회에도 여전하다. 하지만 씨너스의 후원을 받아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상영하며, 작품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상영작의 횟수를 늘렸다는 점에서 변화의 의지도 엿보인다. 12월15일부터 17일까지 씨너스 단성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학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집행위원장 한우정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에게 물었다.

-4회를 맞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3회까지는 영화과가 있는 학교에서 영화제를 열었는데, 올해는 씨너스의 후원을 받아 3일간 극장 2개관에서 무상으로 상영한다. 또 지난해까지는 상영작을 적게 뽑고 2~3회씩 상영했는데, 올해는 작품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상영작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상영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수업시간에도 늘 얘기하는 거지만 ‘장롱영화’들이 많다. 찍어놓고 장롱에 틀어박혀 빛을 못 보는 영화들 말이다. 심사위원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상영작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늘 아쉬웠다.

-학생들이 극장에서 직접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하겠다는 원동력이 된다. 나만 해도 고등학교 2학년 때 8mm 카메라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만들었는데, 김성홍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내 작품을 원작으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2>를 만드셨다.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내 작품이 상영되고 있구나, 부끄러운 점도 있고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느낌? 이런 경험이 내가 영화를 계속 하고 영화과 교수가 되기까지 굉장한 힘을 줬다. 학생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제 수익금 모두를 단성사에 기증한다고. =사무국 사람들이 모두 교수들이다보니 단성사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 영화의 산 증인인데, 문 닫을 위기에 처해 멀티플렉스에 매각됐잖나. 그 부분을 교수나 학생이나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있다. 씨너스가 단성사란 이름을 계속 쓰기로 결정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그 이름이 없어지는 걸 막았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단성사에 조그만 힘을 보태고자 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으려 한다. 영화제 상금을 늘려 학생들이 영화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한마디로 말해 재투자다. 후원금을 모두 학생들의 상금으로 돌리고, 학생들은 그 상금으로 계속 영화를 만드는.

사진제공 한우정 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