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배우 수난시대다. MBC 드라마 <종합병원2> 1~2회 방송이 끝난 뒤 김정은의 연기가 입질에 올랐다. “오버 연기 너무 심해요. 두 주먹 불끈 쥐고 입술에 힘주면 그만인가요?”(정형선) “어우버우… 하는 추임새만 넣으면 <파리의 연인>과 똑같습니다. 슬슬 변화를 주실 때가 된 것 같네요.”(정소현)
김정은은 이런 반응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던 것일까? 드라마 방영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이건 단막극이 아니다. 1~2회로만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씨네21> 김모 기자는 김정은이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방영 초반에 불거진 송혜교 연기력 논란,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던 이연희 연기력 논란 등을 의식해 애교 섞인 당부를 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궁금하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의 여주인공, 따라서 현재 국내에서 비교적 영향력있는 여배우들은 왜 드라마에 출연해 줄줄이 ‘연기력 논란’을 빚을까. 한국에는 연기 잘하고 젊고 예쁜 여배우들이 없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여러 누리꾼을 모시고 말씀 나눠볼까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이번 작품에 송혜교라는 배우가 돋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요, 악플이라 하세욤. 하지만 인생의 한 부분이고 배워가는 과정이잖아요. 기대치가 높아서 실망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대치를 낮춰서 볼 수는 없는 거죠.”-스타는 모름지기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김명란씨.
“드라마 1~2회 보고 연기력 어쩌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배우도 사람인데, 극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기력 논란 때문에 배우가 주눅들고, 그래서 점점 더 발연기하면 그건 보기 좋냐.”-시청자의 애정어린 시선이 요구된다는 송영아씨.
“드라마 보고 연기 못한다고 욕할 수 있다. 그 생각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도 자기 맘이다. 근데 안티 몇명이 올린 쓰레기 댓글을 대문짝만하게 기사로 쓰는 찌라시들이 문제다. 논란은 걔들이 만들고, 욕은 우리(누리꾼)가 먹는다.”-없는 기사도 만드는 옐로 저널리즘을 경계하자는 ilaila씨.
“연기 절대 안 느는 남자배우들은 왜 가만 놔두고 여배우들한테만 그러는지. 님들 가슴에 손 얹고 현빈이 송혜교보다 잘하나요. 정0성, 권0우도 만날 연기 똑같아요.”-한국사회에는 남녀 연기자에 대한 이중잣대가 존재한다는 jjayo씨.
“쟤들 저렇게 예쁜데 연기까지 잘해봐. 우린 뭐 먹고살아?”-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 중인 배우 김자옥씨의 극중 대사.
산만한 토론에 함께해주신 독자들께 감사 드린다. 모쪼록 잇따라 불거진 여배우 연기 논란과 관련해 올바른 판단하시는 데 도움이 되셨길 바란다.
PS. 여배우 수난을 이야기하면서 최근 색깔론의 표적이 된 문근영씨를 빠뜨린 점 유감스럽다. ‘연기력’으로 주제를 한정해 나름 수준 높은 토론을 도모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논란의 흐름만 간추리면, 초반엔 “문근영=좌빨”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누리꾼의 활약이 돋보였으나 최근 “문근영에게 배후세력 있다”고 주장한 지만원씨를 소재로 한 삼행시 짓기 놀이가 활발하다. 대표작으로는 “지-지가 뭔데 그 따위 소리? 만-만만한 게 문근영이람? 원-원수만 알지 사랑은 몰라!”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