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21일(금) 오후 2시 장소 스폰지 하우스(중앙) 6관
이 영화 평범한 샐러리맨 밥 맥코넬(크리스천 슬레이터)은 소심하고 무능력한 남자다. 직장 동료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하는 그는 매일 회사 서랍 속의 총을 만지작거리며 동료들을 쏘는 위험한 상상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한 사무실 안에서 총성이 들려오고 그가 죽이려고 했던 동료들이 실제로 하나둘 죽어나간다. 동료 콜맨이 자기와 똑같은 계획을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것. 그런데 콜맨이 평소 짝사랑하던 회사 내 퀸카 바네사(엘리샤 커스버트)에게도 총을 쏘자, 그를 구하기 위해 콜맨을 자신의 총으로 쏴 죽인다. 그날 이후 밥은 회사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유명인사가 되고 사장 쉘비(윌리엄 H. 머시)는 자가용까지 선물하며 간부급으로 승진시킨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구한 바네사의 병실까지 방문하게 되는데 그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자기를 도대체 왜 구한 것이냐며 소리를 지른다. 하반신 마비로 과거의 퀸카 이미지를 완전히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오해를 딛고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100자평
영화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직장 왕따인 소심남이 매일 동료와 상사를 총으로 쏴 죽이는 공상을 즐기다가, 옆의 동료가 그것을 실천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회사와 미인을 구한 ‘용감남’으로 추대 받는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아주 매력적이다. 그 다음도 과히 나쁘지 않다. 구출되었지만 장애을 입게 된 미녀가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고 자살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나름 삶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설정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이후 표류한다. 주류사회에 편입된 그가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미인과 사랑을 나누면서도 사장과의 관계를 질투한다든지 하는 대목은 좀더 섬세한 심리묘사가 필요하지만, 영화는 앞의 '쌈박한 아이디어에 기대는 코미디'의 흐름에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진부해지고, 급기야 결말을 판타지적으로 매듭짓고 마는데, 이로써 초반의 문제의식은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영화는 코미디로 보기엔 너무 무겁고, 멜로로 보기엔 너무 거칠고, 사회극으로 보기엔 너무 얄팍하다. 그나마 좋은 점은 <볼륨을 높여라> <트루로맨스> <베리 베드 씽>에서 혈기를 흩뿌리던 크리스천 슬레이터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과 스트레스 가득한 직장의 살풍경을 뭔가 울컥한 느낌이 나게 묘사했다는 점이다. 영화평론가 황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