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한 사람이 정말 나였을까?” 애타게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평범한 은행원이자 어린 딸을 둔 안중기의 유일한 사랑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민들레를 좋아하는 여자 오지영. 그녀는 세상을 등진 그의 아내다. 직장과 가정, 어디에도 마음 두지 못하는 그는 아내의 무덤을 찾아 위로받으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사랑이 진짜였는지 의심하게 된다.
매진에 매진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은 ‘연극열전2’ 마지막 작품.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로 데뷔한 박춘근 작가가 극본을 쓴 이 연극에서 현실에 발디딘 인물은 안중기뿐. 남편을 염려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오직 관객 귀에만 들리기에 더욱 애달프다. 묘지의 새로운 일원, 바람둥이 노인과 잘생긴 남편 탓에 가슴앓이한 노부인의 사연 역시 “보통 사람에게도 뜨거운 사랑, 평생을 간직할 사랑”이 있음을 절절하게 전한다.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한 조재현이 안중기 역을 맡아 출연까지 겸했다. <포트>의 이승준이 안중기로 더블캐스팅됐고, <침향>의 이지하가 오지영,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한위가 노인을 연기한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팬이라면 노부인 역의 황영희가 반갑겠다. 사회성 강한 작품을 주로 선보인 김낙형 연출가가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