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기 이름대로 살아간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과연 맞는 듯하다. 적어도 타히티80의 음악은 그렇다. 밴드 이름에서 느껴지는 1차적인 심상처럼 이들의 음악은 휴양지 해변의 따사로운 여유와 흥겨움을 연상시킨다. 영어로 노래하는 프랑스 밴드 타히티80의 음악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폭신한 챔버팝 사운드와 트래비스의 선명한 기타 리프와 마음을 휘감는 부드러운 선율, 카디건스의 청량함을 두루 가진 듣기 좋은 기타팝이다. 프렌치 슈가팝이라 해도 좋고 브릿팝으로 분류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어쨌거나 타히티80은 최근 3년 만에 4집 ≪Activity Center≫를 발표하면서 첫 앨범 ≪Zoo≫(1999)부터 무려 10여년간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는 흔치 않은 밴드 중 하나가 되었다. 관점에 따라 이것은 게으르단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타히티80의 경우라면 다르다. 그들만의 낙천적인 노랫말과 군더더기 없는 곡 구조에 기반한 록사운드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상을 전혀 주지 않고 일관된 정체성 안에서 매번 안정된 퀄리티의 결과물로 완성되므로 오히려 신뢰할 만하다. 새삼스럽게 이들의 커리어를 뒤져보니 밴드 결성시기가 1993년. 그로부터 3년 뒤 첫 EP가 나왔고 다시 3년이 지나서야 데뷔앨범이 나왔다. 그 뒤로도 계속 3년의 주기를 (의도적인 것인지 하여간) 반복하며 새 앨범이 나왔다. 15년간 유지된 한결같은 사운드라. 이 정도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맞먹을 공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