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는 진정한 여름 음악이다. 약간 후카시 잡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름 해변에 누워 들을 음악으로 보사노바만한 건 없다. 앙드레 가뇽을 들으며 일광욕을 하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일본의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앤드 고로(naomi & goro)의 새 앨범 ≪P.S. I Forgot≫는 여름에 발매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보컬 나오미 후세와 브라질리언 기타리스트 이토 고로로 이루어진 나오미 앤드 고로는 조안 질베르토와 리사 오노를 잇는 차세대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듀오다. 무슨 말인고 하니 조금은 일본풍의 가볍고 섬세하고 미니멀한 보사노바를 잘한다는 소리다.
그들의 두 번째 앨범 ≪P.S. I Forgot≫는 두 사람이 사랑하는 보사노바 명곡과 몇몇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명곡을 재해석한 <Ela Ecarioca>를 들어보면 나오미 앤드 고로의 특징이 뭔지 한번에 알 수 있다. 이파네마적이라기보다는 오키나와적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는 보사노바다. 어쨌거나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니 여름에 발매됐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은 취소다. 이들의 음악은 햇살이 잘 드는 겨울 창가에 앉아서 들어도 꽤 흥이 난다. 보사노바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웠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