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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버라이어티] “장동건도 나올만한 프로그램”
강병진 2008-11-25

<패밀리가 떴다> 장혁재 PD 인터뷰… 출연진 8명이면 36가지 관계설정도 가능

<X맨>을 연출했던 그 사람이다. 지난해 4월 <X맨>을 끝낸 장혁재 PD는 <하자GO>를 거쳐 <SBS 인기가요>를 돌아 올해 6월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다시 일요일 버라이어티에 합류했다. 스튜디오에서 야외로 나온 탓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날씨라고. 1박2일을 찍어놓은 촬영분량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것도 더불어 짊어진 짐이다. 참고로 장혁재 PD는 현재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연출하는 장태유 PD의 친형이기도 하다.

-<패밀리가 떴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가족이라는 컨셉을 생각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흔히 보이스카우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은 나이나 성별이 다양하지 않나. 가족이라는 컨셉을 부각시킬 경우 기존 버라이어티에서 볼 수 없었던 멤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

-방송 초기에는 <1박2일>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똑같지 않냐고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할 수도 없다. 만약 그렇다면 버라이어티는 모두다 똑같은 것이다. 기본적으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아닌가. 멍석을 어떻게 까는지에 따라 웃음의 강도와 색깔은 천차만별이다. 우리의 강점은 가수나 개그맨뿐 아니라 인력 구성을 연기자 전체로 넓혔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청자가 즐기는 재료의 폭을 넓혔다는 이야기도 된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어차피 새로운 게 없다. 다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포장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의 멤버들은 어떤 이유로 캐스팅했나. =일단 유재석과 이효리가 먼저 캐스팅됐다. 유재석은 출연진들의 특징과 장점들을 잘 끌어내 살려준다. 여러 프로그램에 나오지만 매번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그 다음이 김수로였는데, 워낙 입담이 좋은데다 입지전적인 경력에서 나오는 생존력이 보이길 바랐다. 이천희와 박예진은 예전에 했던 <X맨>에서 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예능감은 있으면서도 이미지는 정극아닌가. 그런 이미지가 호감도를 높일 거라고 판단했다. 빅뱅의 대성은 사실 우리로서도 모험이었다. 나이가 어린 멤버를 넣어야 가족이란 컨셉에 맞을 것 같았다. 다행히 그는 지금 120%를 해주고 있다.

-박예진과 이천희의 캐릭터가 부각되고 있다. 처음부터 그들의 성격을 알고 간 건가. =다들 엉뚱한 모습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예진의 경우 ‘달콤 살벌한’ 모습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었다.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줬고 우리는 편집과 자막으로 그런 모습을 몰고간 거다. 재밌는 부분은 현장에서도 재밌었다고 북돋워준다. 그게 재밌었다고 다시 해달라고 하면 멤버들이 연기를 하기 때문이다. 제작진들의 상상력이 기본이 되기는 하지만, 우선적으로 그들의 개성이 만든 캐릭터다. 그들이 가식적인 모습만을 내보이기에는 촬영시간이 너무 길다. (웃음)

-<X맨>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무대는 야외다. 제작진으로서는 너무도 큰 변화일 텐데. =고민해야 할 거리가 많아졌다. 조명도 신경써야 하고 날씨도 봐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도 많아졌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걸 실감하나. =방송시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보면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사실 말이 안되는 건데, 적어도 인터넷 사용자들 가운데 이효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나. 그런데도 검색어에 뜬다. 방송마다 유재석만 빼놓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검색순위에 오른다. 그들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거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

-만약 장동건 같은 톱스타가 출연하다면 어떨 것 같나. 지금의 구도에서는 정말 큰 변화일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도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나온다면 아마 비처럼 다른 멤버들이 열광하겠지만, 그들도 자기 역할을 잘해줄 것 같다. 지금의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멤버들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것도 고착된 관계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관계여야 한다. 출연진이 8명이면 36가지의 관계설정도 가능할 거다. 톱스타가 나와도 우리 안에서 관계에 변화를 주는 요소로 작용할 것 같다.

-NG가 없는 게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징이다. 하지만 아무리 재밌어도 편집에서는 잘라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편집의 기준은 무엇인가. =배우의 이미지를 망가뜨리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장면은 다 뺀다. 기본적으로 이 멤버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의 원칙이다. 하루이틀 같이 일하고 말 게 아니지 않나. 적어도 시청자가 자기 모습을 투영할 수 있을 만큼은 호감이 있어야 한다. 또 아무리 웃겨도 독한 것들은 뺀다. 웃음의 임계치라는 걸 암묵적으로 설정하는 거다. 요즘 케이블의 버라이어티가 종종 불쾌하게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웃음에도 적정한 선은 있다.

-예능의 사이클이 빨라졌다. <패밀리가 떴다>는 얼마나 갈 것 같나. =사이클이 빨라진 건 사실이다. <패밀리가 떴다>도 <X맨>에 비해서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과연 이들이 얼마나 친해져서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냐는 문제다. 나름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기는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틀을 크게 바꿀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