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사 투나잇>이 오는 11월1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 3일 방송 5주년을 맞은 지 꼭 열흘 만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사 투나잇> 폐지를 반대하는 글들이 잇따른다. 제작진은 “폐지반대”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11월17일자로 단행된 KBS 가을 프로그램 개편에서 <시사 투나잇>과 더불어 폐지가 결정된 <미디어 포커스> 기자들, 대통령 라디오 연설 정규 편성을 반대하는 KBS 라디오 PD들도 지난 5일부터 함께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PD협회 소속 KBS 시사·교양 PD들은 이번 개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KBS 안에서 이들은 여전히 ‘섬’이다. 경영진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면 토론해보자”는 제작진의 요구를 묵살했다. KBS 노조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사 투나잇> 최필곤 PD는 “큰 이야기나 중요한 사람 중심으로 보도되게 마련인 뉴스의 부족함을 메우자는 취지로, 뉴스가 미처 다루지 못하는 사건과 뉴스에서 소외된 힘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했다”며 “제작진은 그것이 ‘공정성’이라 생각했고 공영방송이 할 일이라 믿었는데, 회사쪽에서 그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대화를 거부하고 무조건 없애려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KBS쪽은 이번 개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제작비 절감’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시사 투나잇> 광고수익이 67억원, 제작비가 15억원으로 순익이 52억원이었다. KBS2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일부 인기 드라마 외에는 실제로 흑자를 내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경제성을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경영진이 제작진에게 설명하는 실질적인 폐지 이유는 무엇인가. =편성본부쪽에서는 안팎에서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토론을 하자고 했다. 시사 프로그램을 편향적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런데 처음엔 대화를 하겠다던 경영진이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폐지를 강행했다. <시사 투나잇>이 편향적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주로 보수 정치인과 뉴라이트 같은 보수 단체다. 그들은 정치집단이므로 편향적인 시각을 갖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당연히 다른 조직을 ‘편향적으로’ 공격한다. KBS가 이처럼 편향적 사고를 하는 집단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그 맥락 속에서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했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경영진은 <시사 투나잇>을 <시사터치 오늘>로 변경해 유지해나갈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았는데. =폐지 이유가 모호하고 합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간판 바꿔 달고 제작진을 교체하는 것을 어떻게 ‘유지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나. <시사 투나잇>은 폐지되는 것이다. 물론 <시사 투나잇>이 가장 훌륭한 시사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KBS 안에도, 타 방송사에도 좋은 시사 프로그램이 많다. 다만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어떤 정권 아래서건) 힘없는 사람들 곁에서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들,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경영진이 추구하는 공정성과 공영방송의 소명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 묻고 싶고,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