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경성을 달군 청년 예술가들의 스캔들. 소설가 구보 박태원과 시인 이상, 그들의 친구 정인택, 그리고 이상의 두 번째 여자 권순영 사이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이 운영하던 술집 ‘쓰루’의 여급이자 소설 <환시기>에서 “처녀가 아닌 대신 고리키 전집을 한권도 빼놓지 않고 독파했다는 처녀 이상의 보배”로 묘사된 권순영. 이상과 정인택 사이를 오가던 그녀는 정인택이 음독자살을 기도하게 할 만큼 매력적인 모던걸이었다. 이후 정인택과 결혼해 월북한 권순영은 그러나 정인택의 죽음 이후 다시 박태원의 아내가 된다.
‘모던보이, 모던걸의 사랑을 둘러싼 미스터리’라는 키워드가 진부하다면, 연출과 각본을 겸한 성기웅이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로 이미 일제치하 경성을 수차례 탐방했음을 기억하시길. 한결 생기로운 경성의 공기를 채우는 건 동경과 콤플렉스라는 상반된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던 천재들의 고뇌.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으나 한편으로 가난한 글쟁이일 수밖에 없었고, 서양 문물을 찬양하면서도 여급과의 감상적인 사랑놀음에 탐닉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실화에 바탕을 둔 까닭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소설가…>에서 박태원을 연기했던 김종태가 또 한번 박태원 역에, <경숙이, 경숙아버지>의 주인영이 세 남자를 매혹하는 권순영 역에 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