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DC의 신보다. 무려 8년 만의 신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얼굴이 얼마나 감개무량한지는 안 봐도 알겠다. 고등학생 이후로 하드록과 헤비메탈은 졸업한데다가 더이상 고막도 예전만큼 성하지 않다고? 그래도 영국 신문 <가디언>의 말을 들어보면 마음이 바뀔 거다. “거의 ≪Back In Black2≫라고 해도 좋다”지 않은가(다들 알다시피 ≪Back In Black≫은 하드록의 교과서다).
어째 좀 느긋한 은퇴작처럼 보였던 전작 ≪Stiff Upper Lip≫과는 달리 ≪Black Ice≫는 정말로 전성기 하드록 스피릿으로의 복귀에 가깝다. 옛시절을 연상시키는 복고풍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선행 공개된 첫 싱글 <Rock N Roll Train>은 ≪Let There Be Rock≫ 앨범의 동명 타이틀곡을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로큰롤이고, 이어지는 14곡 역시 반바지와 넥타이를 걸친 앵거스 영의 에너제틱한 기타와 브라이언 존슨의 고음역 보컬로 타오른다. 특히 권하고 싶은 건 <Big Jack> 같은 트랙들이다. 이 젊은 오빠들이 나이를 먹더니 아름다운 멜로디까지 신경쓸 줄 알게 됐나보다. 80/90 로큰롤 넥타이 부대라면 오랜만에 한번 달리고 싶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