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일렉트로니카의 터치가 짜릿하게 감기는 첫 싱글 커트곡 <Green Light>을 듣자니, 존 레전드도 이제 솔장르로 전자음악을 하는구나 싶다. 이 분야에 탁월한 인재들을 미국 팝신에서 꼽아보라면 윌 아이 엠이나 카니예 웨스트가 아닌가. 이 두명의 프로듀서들은 전형적인 복고 사운드를 가장 미래지향적 스타일로 ‘리폼’하는 샘플링과 편곡의 귀재들이다. 카니예 웨스트가 존 레전드의 음악 세계 절반을 책임지는 파트너라는 점은 다 알 테고, 이번 앨범은 윌 아이 엠도 프로듀서로 참여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클래식한 아날로그 솔 앨범 ≪Get Lifted≫(2004)로 데뷔해 2집 ≪Once Again≫(2006)에서는 팝적인 감각을 부쩍 강조했던 존 레전드는 이번 3집 ≪Evolver≫를 통해 앨범 타이틀 그대로 진화의 노력을 역력하게 보여준다. ‘짬뽕’ 사운드 만들기에 탁월한 카니예 웨스트와 윌 아이 엠의 개성 그리고 존 레전드 자신의 3집에 대한 목표가 한곳에서 만난 결과일 텐데, 개개 트랙들의 완성도와 퀄리티는 깎아내릴 부분이 거의 없다. 다만 존 레전드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낯선 앨범이 될 게 분명하다. 존 레전드가 이번 앨범으로 솔 장르의 음악적 지평을 넓혔겠는가에 의문부호를 찍을 수도 있겠다. 만약 그가 이 앨범으로 데뷔하고 ≪Get Lifted≫를 3집으로 내놓았다면 그의 만개한 전성기에 대해 이야기할 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