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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디바 고음의 중독성
김도훈 2008-11-06

≪The Ballads≫ 머라이어 캐리/ 소니BMG 발매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 모음집이라니. 말만 들어도 하품이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노래를 좀 한다는 애들은 꼭 소풍 장기자랑에서 <Hero>를 불렀다. 길을 걷다가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One Sweet Day>를 한 300번째 들었을 때는 고막을 파내고 싶었다. 잭슨 파이브의 명곡 <I’ll Be There>가 머라이어의 고음 내지르기로 망쳐진 걸 저주하던 사람들을 몇명이나 만났던가. 저니의 <Open Arms>와 필 콜린스의 <Against All Odds>, 해리 닐슨의 <Without You>를 리메이크한 것도 그녀의 중죄 중 하나다.

여하튼 그 모든 지겨운 발라드를 끌어모은 ≪The Ballads≫는 불황의 시대에 익숙한 히트곡으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음반사의 의지가 더욱 돋보이는 앨범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거다. 투덜거리면서 앨범을 CD 플레이어에 거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모든 곡들을 따라서 흥얼거리게 된다는 거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고음을 내질러온 이 육덕진 디바에게 어느새 중독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머라이어의 발라드가 다 볼품없는 것도 아니다. 데뷔앨범의 <Vision of Love>는 영생을 얻어 마땅한 명곡이고, <Always Be My Baby>는 13년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