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나 프렌치팝 등 스타일리시한 장르들과 결합하면서 보사노바가 얻은 오해 중 하나는 ‘지나치게 소프트하기만 한 음악’이란 점이다. 적어도 국내 음악신만 보면 이건 오해보다 기정 사실에 가깝다. 장르 특유의 편안한 리듬과 화성, 미니멀리즘에 근거해 보사노바는 오래전부터 주류 팝신과 인디신 구분없이 뮤지션과 청자 모두에게 가장 다루기 만만한 재즈의 하위 장르 중 하나였다. 물론 이런 태도가 장르의 본질까지 곡해한 건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이 장르를 매우 단순화시켰던 게 사실이다.
‘Blue & blue’라는 프로젝트명을 내세운 싱어송라이터 황종률의 2집 ≪Blue & blue2≫는 들을수록 새로운 맛이 우러나는 보사노바 음반이다. <이사> <소풍> <낮잠> 등 언뜻 보면 일상의 편린들을 거르지도 않은 채 단순하게 노래로 옮긴 듯하나, 이 앨범 속엔 지겹도록 삶에 대한 번뇌와 회의를 반복하다 얻어진 단단한 관용과 여유, 진득한 멜랑콜리가 담겨 있다. 총 8개의 트랙 중 특히 <걷다>와 <자장가>는 가사곡으로 표현하지 못한 뮤지션의 내면을 드러내는 듯 진한 여운을 가진 연주곡들이다.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수상자인 황종률은 엔지니어이자 편곡자, 디렉터로서 CCM신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오종대(드럼), 류인기(베이스), 송영주(피아노), 이승호(피아노)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세션으로 참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