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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원작이 낳은 불멸의 사랑, <도끼에 손대지 마라>

2007년 감독 자크 리베트 상영시간 13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2.0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아터피셜 아이(영국) 화질 ★★★ 음질 ★★★☆ 부록

<도끼에 손대지 마라>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연작소설 <인간희극> 중 <랑제 공작부인>을 영화화한 것이다. 원작의 배경은 <인간희극>의 핵심시기인 ‘왕정복고 시절’이며, 발자크는 원래 ‘도끼에 손대지 마라’를 소설 제목으로 정하면서 ‘위기에 처한 인간’을 청교도 혁명에 빗대려 했다. 작가의 의도를 따른다면 영화는 정치적인 알레고리이자 18세기 프랑스 사회의 풍속도로 기능해야 하겠으나, <도끼에 손대지 마라>는 사랑과 열정을 탐구하는 데 더 매혹을 느낀다.

아르망 장군은 무도회에서 공작부인 앙투아네트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사랑에 흔들리는 전쟁영웅과 사교계 유명인의 관계는 전쟁처럼 진행된다. 남자는 서툰 방식으로 애정을 표현하고, 여자는 도덕적 우월감과 강요된 정숙함 때문에 속마음을 감추기 일쑤다. 급기야 앙투아네트를 납치하면서까지 사랑을 구하려던 아르망은 끝내 진실하지 못한 그녀의 모습에 뒤돌아선다. 그제야 이해관계보다 감정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녀는 편지로 사랑을 계속 고백하지만, 그의 냉정한 반응에 세상을 등진다.

영화는 1823년 현재 시점과 5년 전 플래시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물질(철창과 커튼), 사회와 종교의 덕목, 심리적인 상처, 육체(산 자와 죽은 자)의 순서로 드러나는 장벽은 두 사람의 소통과 결합을 방해한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감동을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신과 육체로 교감하고 관계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닌 것이, 두 사람은 몸과 마음을 바닥까지 불태우면서 마침내 어떤 사랑의 정수에 도달한다. 연인을 곁에 두고도 마음을 전달하지 못하고, 사회의 눈과 상관없이 무모한 짓을 저지르고, 죽음으로써 운명을 넘어서고, 사라진 사람을 시로 기억하는 것. 이 모든 과정이 사랑의 다른 모습이며, 통속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우아함과 불멸성을 득한다. “음악과 종교와 사랑은 고결한 영혼의 확장 필요성을 표현한다”라는 대사는 영화 자체에도 적용 가능하다. 발자크의 말을 조금 바꿔 말하자면, 각각의 장면들은 거대한 영화를 세밀하게 구축하고, 전지적 관점에서 삽입된 자막은 시간의 흐름과 이야기의 전개를 미끈하고 아름답게 연결하며, 세심하게 선곡된 간결한 음악은 영혼이 떨리는 순간을 전한다.

거의 대부분 장면에 등장하는 잔느 발리바와 기욤 드파르디외의 조화도 일품이다. 본심을 읽기 힘든 여자의 미묘한 표정과 고통받는 남자의 분노에 찬 얼굴은 봄날의 눈처럼 때론 포근하게 감싸고 때론 차갑게 몰아친다. 특히 드파르디외의 섬세하면서도 거창한 연기는 이른 죽음을 애통하게 만든다. DVD는 볼품없다. 영상은 간신히 평균 수준을 유지하며, 부록은 예고편과 제작진 소개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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