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4일과 15일에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이하 일제고사)에 대해 일군의 청소년들이 반대운동을 조직하고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행동의 의미는 시험 하나 덜 보겠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교육청은 일제고사를 실시한 뒤 2010년부터 ‘학교정보공개법’에 따라 각 학교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하고, 시험 결과를 4단계로 구분하여 지역별·학교별 성적을 비교하겠다고 한다. 일제고사 반대는 ‘학교 서열화’에 대한 반대인 셈이다. 청소년들이 쓴 ‘투쟁기획’ 문건을 열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엔 “일제고사를 주요 의제로 하되 제주도에 추진 중인 영리학교, 국제중학교/기숙형 공립학교/자율형 사립학교 확대, 학교 정보 공개 등 학교 서열화 관련 의제 등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전반적으로 다루어지도록 하고”,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1%의 부자들을 위한 교육’, ‘그들만의 리그’임을 강조하겠다”는 귀여운 다짐이 적혀 있었다.
이 액션을 평가하려면 논점을 두개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먼저 교육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 개진이 바람직하냐는 논점이다. 다음으로 그들의 주장이 합당하냐는 논점이다. 전자의 문제는 명백하다. 교육의 수요자인 청소년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전혀 발언권이 없는 현실은 온당하지 않다. 너무나 철저하게 억압된 상태라 옹호하는 것도 립서비스에 불과한 느낌이지만, 그렇더라도 정당한 권리는 정당한 권리다.
후자 역시 정당하다고 보이는데, 구체적인 문맥을 파고들면 조금 복잡하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어버린 10년’ 동안 사교육비는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현존하는 평준화교육도 ‘평준화교육’이라 부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그 아이러니를 해소(?)하기 위해 대놓고 평준화교육을 훼손하는 정책을 쏟아내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을 비판하려면, 교육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분명히 현 정부를 비판할 만한 지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의 뱃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정치적으로 솔직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교육철학이 일제고사의 시행에 있다면 처음부터 평준화교육 체제 자체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게 맞는 얘기다. 그리고 청소년과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가 생각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걸 납득시킨 뒤 정책을 시행하는 게 옳다. 최소한 우리 학생들이 왜 경쟁력을 길러야 하는지, 이 경우에 그들이 얘기하는 경쟁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새로 제시하는 체제가 어떤 식으로 그 경쟁력을 효율적으로 길러줄 것인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제공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 기대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그렇게 하는 대신 정부는 일단 ‘거대한 적’에 대한 공격은 유보하고 일제고사 시행, 국제중 설립, 기숙형 공립학교 설립 등으로 변죽을 때린다. ‘평준화교육’을 이미 ‘평준화교육’이 아닌 것으로 바꾸어놓고 이름은 맨 마지막에 바꾸겠다는 속셈이다. 이것은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이들을 처음부터 배제하려는 행정편의적인 활동이다. 그렇게 배제된 이들이 할 일이 운동밖에 없다면, 그 운동은 내용이 어떻든 간에 정당하다. 청소년들의 액션에 지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