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문에 나온 것은 저의 말만 따온 것이지 그 상황, 그 전체적인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 부분(부산국제영화제 비공식 컨퍼런스 당시 발언)에 대해서는 <동아일보>나 <한겨레>가 정확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10월17일 국정감사에서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위원장은 ‘맥락’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영화를 쥐락펴락했다는 ‘이너서클’의 실체가 있는가.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은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발언의 의미는 무엇인가. 공공 업무를 행하는 수장으로서 ‘한국영화는 대공황’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그동안 인터뷰 기사를 근거로 질문할 때마다 강 위원장은 대부분의 보도가 자신의 발언의 전체 맥락을 무시했으며, 결과적으로 발언의 의도를 어긋나게 전달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국정감사 도마에 수차례 올랐던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발언 또한 위에서 언급한 두 신문을 제외하곤 언론들이 모두 부풀리거나 왜곡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발언을 한 적 있습니까, 예 혹은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단도직입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언론 보도가 신중하지 못했다는 원망을 한 바가지 쏟아낸 강 위원장. 강 위원장의 ‘일관된’ 답변에 영화담당 기자들 중엔 성난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애초 예상한 답변이라 짜증까지 낼 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영화 대공황, 한국영화 재발명’이라는 자신의 구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언론에 대한 강 위원장의 불만을 마주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 위원장은 취임 이후 왜곡, 과장 보도를 일삼았던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고 말이다. 그간 수많은 언론들이 자신의 발언의 핵심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괜한 트집을 잡아 영화계 안팎의 오해를 지폈다면, 문제 기사에 대해 해당 언론사에 반론 및 정정 보도를 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개인의 명예 훼손 여부는 둘째치고 영화 관련 정책를 총괄하는 영진위가 전체 사업을 진행하는 데서 이 같은 삐뚤어진 언론 보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지금까지 강 위원장은 수차례의 인터뷰를 포함해 영진위 관련 보도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강 위원장이 위원회에 몸담은 지난 5월 이후 영진위쪽이 언론사에 보도 정정을 요구한 사례는 한 차례. 확인해 보니 강 위원장의 발언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언제나 ‘벌컥’ 화를 낸다는 강 위원장이 언론의 부적절한 보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이유는 무엇일까. 괜히 언론을 건드려서 좋을 것 없다? 보도에 대해 일일이 지적하는 것이 귀찮다? 모르겠다. 하지만 취임 직후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사업을 만들어내라”고 했다는 강 위원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언론의 맥락없는 보도를 방패삼아 드는 걸 보면서 이런 의문도 스쳤다. 국정감사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의 맥락없는 보도를 가장 즐겼던 이는 강 위원장 자신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언론에 대한 강 위원장의 페이스 오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