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휘재를 단숨에 스타로 만들었던 ‘인생극장’을 기억하시는지. 인생의 갈림길을 지날 때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갖게 마련인 보통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려 큰 인기를 모았던 프로그램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부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될 때, 달콤한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심성 야박한 제작진이 비극적 결말로 눈물을 자아낼 때, 머릿속으로 다른 그림을 그려보며 아쉬워해본 경험도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
IPTV인 ‘메가TV’가 시청자가 ‘생각대로 하면 되는’ 양방향 드라마·영화 제작에 나섰다. 주인공의 중요한 선택에 시청자의 ‘참견’을 보장하고, 이야기 순서와 결말을 시청자의 취향대로 ‘조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방송된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는 일찌감치 가능한 일이었으나, 그동안 양방향TV의 특성을 살린 방송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한 경우는 없었다.
현재 촬영이 한창인 양방향 드라마는 올리브나인의 김평중 감독이 연출하는 8부작 <미스터리 형사>다. 이씨 성을 가진 형사 4명(그래서 ‘미스터 리’다)이 강력 범죄를 파헤치는 과정을 다룬 수사물이다. 이태곤(이한 역), 이원종(이강호 역), 최필립(이윤석 역), 박은혜(이채영 역)가 ‘이씨 형사들’로 출연한다.
<미스터리 형사>의 가장 큰 특징은 ‘결말이 두개 혹은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김진수 작가를 비롯해 5명이 공동집필한 시나리오는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서로 맞물리며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도록 구성돼 있다. 김평중 감독은 “시청자가 결말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이야기를 열어놓되, 어떤 결말을 선택하든 이야기 전체와 잘 어우러져 한편의 완결된 드라마가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TV는 드라마와 더불어 양방향 영화도 준비 중이다. 와인에 얽힌 우정, 사랑, 이별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 오브 와인>(이철하 감독), 여성 3인의 좌충우돌 인생사를 다룬 코미디 <죽이고 싶은 남자>(김동욱 감독), 온라인 채팅방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스릴러 <오프라인>, 실력은 있는데 돈은 없는 록밴드 이야기 <저스트 키딩>(이무영 감독) 등 총 4편이다.
시청자는 TV를 보면서 영화 속 배우나 감독, 배경음악이나 소품 등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해 볼 수 있고, 특히 <스토리 오브 와인>의 경우 이야기 순서를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약 10분가량의 도입부가 방송된 뒤 주인공이 든 와인 목록 중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와인을 선택하면, 그 와인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와인 목록으로 돌아가 또 다른 와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세병의 와인에 얽힌 세개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영화의 흐름에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이철하 감독의 설명이다.
메가TV쪽은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드라마·영화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방향성’ 콘텐츠가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가TV에서 제작한 양방향 드라마·영화는 오는 11월 중순에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