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소슬한데 방송가엔 봄바람이 한창이다. 방송사를 막론하고 불어닥친 ‘커플 만들기’ 열풍에 스타의 친구들이 소개팅을 하고 연예계 ‘골드미스’들이 맞선을 본다. 이 분야 본좌로 꼽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는 벌써 시즌2에 접어들어 얼마 전 새 가족을 맞았는데, 경쟁 프로그램의 인기에 잠시 주춤했던 이 코너에 ‘4차원 소녀 화요비’가 등장해 다시금 흥행에 불을 댕겼다.
환희와 짝을 이룬 화요비는 추석특집으로 방영된 맛보기 방송에서 일찌감치 진가를 발휘했다. 평소 “쓰레기를 줍는 데 쓴다”며 긴 집게와 얼굴 크기만한 안경을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꺼낸 화요비는 “(이런 것들을 활용해) 혼자 잘 노는 편”이라고 (묻지도 않는데) 털어놓았고,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면서 “착한 남자에게 안주하는 삶이란 흰밥에 김치만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등 화려한 수사로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독특한 패션 감각과 남다른 정신세계, 외계 언어를 사용하는 당신은 진정한 킹왕짱!”(서은지)이라는 찬사 속에 정규 방송에 합류한 뒤에도 그녀의 못 말리는 어록은 계속된다. 댓글가는 이 가수 출신 ‘예능인’을 둘러싼 별명 논쟁으로 잠시 술렁거렸다.
“화요비 말 중에서 제일 웃긴 건 ‘내 별명이 청담동 황금비율이다. 남녀노소 입맛에 맞게 (양주와 맥주를) 3 대 5로 맛있게 잘 탄다’고 한 거.”(요비홀릭) “화요비 별명은 ‘이태원 박훌’ 아닌가요? 치매 예방 차원에서 화투를 친다고 했던 말, 짤 웃겼음”(간석동 쌍피) “화요비 별명은 환희가 붙여준 ‘개똥이’가 제일 어울림. 근데 무슨 여자가 ‘개똥이’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좋아하냐.”(ㅋㅋ)
요즘은 커플에 별명을 붙여주는 것이 대세인데, 환희-화요비 커플의 별명은 ‘환요비 커플’과 ‘개똥이 커플’ 두 가지가 누리꾼 사이에서 각축을 벌인다. 하지만 화요비의 눈부신 활약에도, ‘우리 결혼했어요’가 계속해서 ‘짝짓기’ 분야의 본좌를 지킬 지는 미지수다. 최근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이 분야 다크호스로 떠오른 까닭이다.
“<에덴의 동쪽>은 그냥 드라마가 아니다. 줄거리나 연기력 운운하지 말고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생각하고 봐라.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을 능가하는 수많은 커플들이 그 안에 있다.”(실밥) “MBC가 특별히 기획한 프로그램 아닙니까(에덴의 동쪽은 MBC 특별기획이라는 타이틀로 방송됨). 드라마 이상의 그 무엇이 분명 있는 거죠.”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보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수많은 댓글을 불러일으켰다. <에덴의 동쪽>에 등장하는 커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면. “중견 러브라인은 신태환-제니스, 신태환-유미애, 이기철-양춘희, 이기철-정자. 주연 러브라인은 이동철-국영란, 이동철-민혜린, 이동욱-민혜린, 이동욱-김지현, 신명훈-김지현, 마이크-국영란/떠오르는 러브라인은 왕건-기순이, 챙-정자.”(쌈박) 앞서 언급한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주연급 커플들은 이미 별명도 갖고 있다. 이동철-국영란은 이름을 따서 ‘국자 커플’, 이동철-민혜린은 서울대 법대 동기 사이니 ‘수재 커플’, 신명훈-김지현은 관계의 특성을 감안해 ‘집착 커플’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에덴의 동쪽>를 시청할 때 유의할 점은 “드라마를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관계는커녕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다시보기로 복습해야 한다”(보니하니)는 점인데, 관심있는 이들은 이 방법이 드라마 <에덴의 동쪽>을 시청하고자 할 때도 해당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네티즌은 “우결처럼 일부일처제가 아니고 일부다처나 일처다부제라는 점을 감안해 몹쓸 흥분을 자제할 것”(홍홍)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