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가 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내 애시드재즈신에서 가장 유효했던 뮤지션의 이름을 대라면 단연 아소토 유니온이다. 2003년 이들이 발표한 1집은 세련된 그루브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로 평단과 마니아들의 주목을 한껏 받았건만 그룹은 돌연 해체했다. 리더 겸 드러머 김반장과 기타 윤갑열은 이후 윈디시티를 결성했고, 베이시스트 김문희와 건반과 프로듀싱 담당 임지훈은 2006년 펑카프릭&부스터(Funkafric&Booster)로 거듭나 ≪One≫을 발표했다. 윈디시티와 펑카프릭&부스터의 음악을 모두 들어봤다면, 아소토 유니온이 얼마나 잘난 영재들로 뭉친 밴드였었나 동의하기 쉬울 것이다. 이중 펑카프릭&부스터가 ‘펑카프릭&부슷다’로 개명하고 6곡짜리 EP를 내놓았다. 반항적으로 보이고 싶었는지 언어유희를 부린 ‘…부슷다’의 EP ≪너무합니다 2008≫은 제임스 테일러 쿼텟 등을 직접적으로 연상시켰던 멋스러운 애시드·퓨전재즈 음반 ≪One≫과 뚜렷이 구별된다. 이 앨범은 국내외 여타 애시드재즈·라운지·라틴솔 계열 음악들이 그러듯 일부 부유한 클럽신 중심으로 ‘간지 패션’인 양 만만하게 소비될 대상만이 아니다. 한 남녀의 음탕함을 드러내놓고 표현한 <개-누나>라든지 자메이카 사운드를 호러적으로 변용한 <살려주세요> 같은 트랙은 의도적으로 청자의 심기를 거스른다. 그리고 이런 도발적인 태도를 표현한 음악이 말할 수 없이 세련되고 맛깔스럽다. 해외 음반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올해 국내 최고 음반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