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통조림’, ‘광우병 소’, ‘멜라민 과자’ 등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과 불만이 하늘을 찌를 태세다. 먹을거리 사고를 포함해 뉴스에서 쏟아지는 생활 안정을 위협하는 각종 사기 행태도 소비자이기도 한 시청자를 연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소비자가 직접 권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이때, 작지만 기가 막힌 생활 속 불편함을 들춰 소비자 권익 보호를 도와온 MBC <불만제로>가 지난 10월16일 100회를 맞이했다.
‘소비자 권리 대장정’을 내세우며 2006년 9월28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불만제로>는 생활밀착형 고발 프로그램이다. 오락 프로그램처럼 형식은 가볍지만 소비자가 궁금해하고 불만스러워하는 주제들을 매회 다루며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시청자 게시판에 접수된 제보가 27만건, 방송으로 고발된 내용만도 189건에 달한다.
<불만제로>는 1회 ‘주유소 기름 정량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표백제와 화공물질이 들어간 중국산 나무젓가락’, ‘자장면에 화학조미료를 넣는 중국집’, ‘전화금융사기’, ‘유통기한 지난 제품을 속여 파는 빵집’, ‘컴퓨터 A/S 사기’, ‘수행기사 취업대행의 실체’, ‘신비의 명약으로 속인 금침’ 등을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중 시청자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소재는 어떤 것들일까?
100회 특집에서는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방송분을 모아 그 뒤의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5월에 방영했던 ‘폐자재로 만든 소파’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에서 저가로 판매되고 있는 소파들이 사실은 시멘트와 곰팡이가 핀 폐자재 소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를 놀라게 했던 방송이다. 함량 미달로 속이 다 삭아내린 홈쇼핑 간장 게장과 열쇠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 때문에 소비자에게 인기있는 디지털 도어록이 전기 충격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줬던 실험 그 뒤의 이야기들도 다시 전했다. 소비자 불만 처리를 위해 잠복근무는 물론 운전면허와 타이마사지 등 각종 자격증에 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던 취재진들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줬다.
<불만제로>가 1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소비자의 활발한 제보다. 방송을 통해 소비자 권리를 찾는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특히 주부들의 제보가 쏟아졌다. <불만제로>의 경우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적극적인 제보자만 580명에 이른다.
방영 다음날이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만큼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의 반향이 컸던 건 시청자가 방송을 보면서 쌓였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이 단순한 사례고발에 그치지 않고, 피해 구제 방법과 업체 시정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었다.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는 연대의식을, 피해를 당하기 전에 실체를 알게 됐을 때는 안도감을, 악덕 업주들이 처벌되는 과정에서는 통쾌함을 느꼈다는 게 시청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상적으로 쏟아지는 각종 생활용품,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투정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관심으로 키워 적극적인 시정을 요청해왔던 게 <불만제로>가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