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를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페인 출신의 리타 카벨뤼와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데이비드 마크, 유럽의 두 작가가 하나의 전시로 만났다. 출신이나 활동 지역만으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이 두 작가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인물이다. 물론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리타 카벨뤼는 캔버스에 가득한 인물들의 얼굴 표현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독특하고 세밀한 인물 묘사가 가능한 것은 유화에 산을 섞어 재료로 표현법에 차별화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굴을 그린 이미지만으로 상처와 충격 혹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인물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반면 데이비드 마크는 작품이 지시하는 대상이 사람들이 사회,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마오쩌둥의 얼굴로만 보이는 작품이 실상 마릴린 먼로의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는 식이다. 언뜻 본 이미지가 역사 혹은 사회적 인물일 때, 본능적으로 그 인물이 상징하는 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작품을 보고 마오쩌둥의 상징적 의미를 되새기다가 그 안의 마릴린 먼로를 발견하는 과정은 공적인 인물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상기시키는 동시에, 이미지를 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오류나 그 이면의 의미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