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진지하고 지루하게 만들어버릴 것 같은 독일이지만, 동시에 간결하고 실용적인 미감을 선사하는 나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능과 편리함에 기반한 실용적 디자인이 본격화된 시기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독일은 일상 속의 유토피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모던 디자인은 이러한 이상향 찾기가 시각적 결과물로 나온 것이다. 예술적 전통을 생활 속으로 끌어온 1920년대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운동은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예다. 일상과 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가르치는 디자인학교인 동시에 생산 시스템까지 고민했던 바우하우스의 운동은 공간뿐만 아니라 작은 생활 아이템까지 포함했다. 전시는 바우하우스 교수로 재직했던 화가 칸딘스키 등이 사용한 주거공간 마에스터 하우스를 가구 및 조명 등으로 재현하고, 바우하우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오브제들을 전시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1927년 능률적인 주거공간을 꿈꿨던 현대 건축가들의 이상이 실현된 바이센호브 주거단지의 모형 및 영상 자료와 희귀본으로 알려진 1920년대 프랑크푸르트의 부엌 세트를 오리지널 오브제로 전시해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주거공간의 구획과 동선, 공간사용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당시의 주거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로 아카이브도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