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는 쉽고 흥겹다. 통쾌하고 짜릿하다. 그리고 로맨틱하다. 거칠고 날것이지만 재미있고 명쾌하다. 오아시스의 음악엔 대중이 열광할 만한 모든 것이 있었다. 지적이었던 블러와 달리, 오아시스가 비틀스의 사운드를 계승하면서 완성한 음악의 핵심은 그런 것이었다. 바로 그 오아시스의 새로운 앨범이다. 모든 예술가는 인생에서 창작의 절정기를 누리고, 오아시스를 포함해 모든 브릿팝 뮤지션들의 골든에이지는 지난 세기였으므로 이번 앨범이 오아시스의 새로운 걸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2000)로 전자음악의 경지를 열어보려 했던 뜨악했던 시도 이후 거듭 재확인되고 있는 오아시스의 초심만큼은 이번 앨범에서도 단연 빛난다. 어쩌면 21세기 들어서 발표한 앨범들 중 가장 수작이라고 해도 좋다. 그건 이들의 로큰롤 사운드가 이전보다 노련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님을 알지만) 초심으로부터 성숙해졌기 때문이다. 강렬함과 비장함을 담은 로큰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콜드플레이, 버브, 트래비스, 그리고 오아시스가 올해 연달아 신보를 발표했다. 1990년대 브릿팝 슈퍼스타들의 신세기 활약을 두고 2008년 작품상을 꼽으라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라 해도 좋으니) 오아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