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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최진실] 이런 열정은 처음 봤다 -박제현
2008-10-21

감독 박제현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단적비연수>(2000) 연출

<단적비연수>

<단적비연수>를 만들 당시 나는 신인감독, 최진실은 당대 최고 여배우였다. 그런데 캐스팅 제의를 했을 때 답이 너무 빨리 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굉장히 강한 배우였다. ‘배우의 꽃은 영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도전적인 얘기를 많이 했다. 편하게 대해라, 시키고 싶은 거 다 시켜라, 예쁜 분장 아니라도 상관없다, 고 했다. 한마디로 존경할 만한 배우였다.

최진실은 나와 동갑이었는데 워낙 연기 경험도 많고 현장 경험도 많아 사람들을 이끄는 포스나 영화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예를 들면 A급 배우들만 모아놓다 보니 스케줄 조율하기가 힘들었는데, 진실씨가 항상 먼저 나서서 “야, 나도 그날 광고 있어. 그거 안 하고 올 테니 너도 와라” 하며 중재 역할을 맡곤 했다. 신단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갯벌에서 촬영하느라 시간이 촉박했는데, 충분한 디렉션을 주지 못한 상태에서 한컷 만에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를 보면서 아, 배우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 끝나고 진실씨가 “변신시켜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었는데 사실 나는 고생한 것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경험을 쌓은 다음 다시 한번 작품을 같이 해보고픈 마음이 늘 있었다. 차기작 중에 진실씨를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래서 이달 말 정도 한번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떠날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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