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왕자> Prince of the City: DVD 1981년 감독 시드니 루멧 상영시간 167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1.0 영어자막 영어 출시사 워너브러더스(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블루레이 2007년 감독 시드니 루멧 상영시간 117분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TS-HD 5.1, DD 5.1 영어 자막 영어 출시사 이미지엔터테인먼트(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시드니 루멧은 81살이 되던 2005년에 미국 아카데미로부터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80년대 이후 우리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진 노장이 다시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루멧만큼 영원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감독도 드물다. 환갑과 칠순을 지나면서도 그는 작품 활동을 멈춘 적이 없다. 다만 80년대와 90년대에 연출한 작품들 중에 환호를 얻은 게 적었을 따름이다. 노장이 죽지 않았음을 다시금 선포한 건 이듬해였다.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루멧의 <내게 유죄판결을 내리시오>를 2006년의 가장 중요한 영화 중 한편으로 꼽았고, 다음 작품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가 만장일치의 호평을 이끌어내면서 로젠봄의 현명한 예언은 빛나게 된다. 83살의 나이에 작품으로 승부를 건 노장의 열정은 그렇게 보상받았던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루멧은 기실 형사, 범죄, 법정드라마의 대가다. 그의 대표적인 형사드라마이면서도 한국에선 덜 소개된 <도시의 왕자>는 <평결>과 함께 루멧의 70년대 걸작시대를 마감하는 작품이자,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황혼기를 장식하는 수작이다. 영화는 뉴욕의 마약담당 형사로 활약했던 로버트 루치의 실제 삶을 책으로 옮긴 로버트 데일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치엘로는 판사로부터 ‘도시의 왕자’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마약 강력반 형사다. 어느 날 마약담당 형사들의 부패를 대대적으로 캐내려는 특별조사반이 그에게 협조를 요청하는데, 형사와 마약범죄자들이 줄줄이 수사에 걸려들수록 그의 괴로움과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그 와중에도 팀원들만은 결코 배신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치엘로는 끝내 그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몰락한 인물, 선과 악을 판단하기보다 관객이 인간성과 신뢰를 상실한 현실을 자각하기 바랐던 루멧은 <악마가 …>에서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 돈문제로 골치를 앓던 형제는 부모가 경영하는 보석상을 털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간단히 끝날 것으로 예상한 범죄는 실패하고, 뜻밖의 죽음과 서서히 드러나는 비밀과 계속되는 난항은 한 가족의 삶을 밑바닥부터 흔들어놓는다. <악마가…>는 끔찍한 대안만이 존재하는 현실을 섬뜩하리만치 선명하게 재현한다. 뒷골목의 범죄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하고, 돈과 도피에 대한 열망과 도덕적 불감증에 빠진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파괴하며, 해답이 요원한 현실과 황폐한 가족의 갈등은 구원받지 못한다. <악마가…>에는 흔하디 흔한 할리우드식 환상이나 장르와의 유희, 원인 모를 범죄 같은 건 없다(루멧은 제목 앞에 ‘너는 30분 정도 천국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문구를 넣어뒀을 뿐이다).
<도시의 왕자>를 통해 믿었던 영웅의 추락과 고통을 그리면서 그리스 비극 버전의 형사드라마를 완성했던 루멧은 <악마가…>에 이르러 자신의 장기인 범죄스릴러와 멜로드라마를 결합해 ‘미국의 비극’을 완벽하게 형상화했다. <악마가…>는 미국의 비극을 기록해온 작가들도 질투할 만한 걸작이며, 범죄드라마에 오랜 세월 헌신해온 노작가만이 성취 가능한 경지다. <도시의 왕자>의 DVD는 부록으로 원작자, 실존 인물, 감독, 주연배우의 인터뷰를 모은 ‘도시의 왕자: 실제 이야기’(29분)을 수록했다. <악마가…>의 블루레이는 감독과 주연배우의 음성해설과 함께 메이킹필름(25분)을 부록으로 제공하는데, 여전히 활기찬 모습으로 현장을 지휘하는 루멧과 노장에게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표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