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금주하기 시작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얼굴은 더 밝아 보였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조깅으로 아침을 맞는 생활습관도 여전하다. 하지만 개막식날 비가 오지는 않을지, 스크린이 제대로 올라갈지 노심초사하는 것도 매년 반복되는 긴장이다. 특히 지난해 열린 제12회 부산영화제를 놓고 불거진 이례적인 논란들 때문인지 13회 행사를 앞둔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긴장은 더한 듯했다. ‘D-1’이었던 10월1일, 김동호 집행위원장에게 열세 번째 영화제에 대한 포부를 들었다.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이 내일(10월2일) 착공한다. 이제 숙원 하나를 푸는 것 아닌가. =우리로서는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이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다. 부산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란다.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6회 행사는 두레라움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예산은 다 마련된 것인가. =총예산이 1600억원이다. 우선은 중앙정부에서 350억원, 부산시에서 350억원 해서 700억원 기준으로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물론 거기에 보태서 충당해야 할 예산이 더 많다. 지금으로서는 확보를 전제로 착공하는 거다. 이제 예산 확보를 위해서 노력해야지.
-12회 영화제를 앞두고 두레라움 착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위원장 계승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예산 확보 때문에라도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게 말이다. 완전히 예산이 확보된 상태라면 부담이 없을 텐데, 지금은 예산의 반도 확보가 되지 않았으니까. 예산 확보를 위해서 조금은 더 로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원장 승계는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13번째 영화제다. 어떤 의미를 가지려 했나. =먼저 최근 2년간 침체에 빠져 있었던 한국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쪽에 주안점을 두었다. 프로그램 면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려 했고 아시아필름마켓에 ‘아시아영화펀드포럼’이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아시아 각국의 영화펀드 대표자가 모여서 서로 함께 공동투자를 모색하는 네트워킹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좀더 원숙하고 관객에게 봉사하는 영화제가 되자는 것이다. 지난해 개막식에서의 문제도 있고 해서, 올해는 특히 교육과 직원 워크숍을 많이 했다. 또 모바일 예매 시스템을 구축했고, 심야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늘렸다.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은 카자흐스탄영화다. 미지의 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견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를 맞아 발견의 영역을 확장하기로 계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부산영화제의 기본 목적이 아시아영화를 발굴하는 것이다. 극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영화들은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 조명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보다 사각지대에 있는 영화를 발굴해보자고 했다. 올해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유라시아영화제에서도 자국의 영화가 부산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한껏 고무되었다고 하더라.
-영화제 후반부 즈음에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린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꽤 큰 경쟁 행사인데. =영화제와 연계된 상승적인 효과가 있을지, 지장이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 같다. 다만 영화를 보는 관객과 스포츠를 즐기는 관객은 어느 정도 분화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같이 분위기를 띄운다면 가장 좋은 거겠지. 만약 롯데가 이긴다면 폐막식날 선수들이 무대인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상상일 뿐이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