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이야기> A Moment In June 오 나타폰 | 타이 | 2008년 | 106분 | 컬러 | 뉴커런츠 | 10:30 메가박스6,9
세 커플이 있다. 1999년 방콕발 치앙마이행 기차 안에서 힘겨운 이별 준비를 하고 있는 두 남자 파콘과 콩. 같은 해 타이 람팡 놀이공원에서 27년 만에 재회하는 노(老)커플. 그리고 극중에서 파콘이 연출하는 1972년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 속 불륜 커플. 영화는 세 커플이 관계를 유지, 회복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각각 다른 커플들이 등장하는 설정은 전형적인 옴니버스 식 멜로드라마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고속촬영, 강한대비의 채도, 극단적 조명의 배치 등 영화의 초반부의 화면만 보자면 왕가위 영화의 아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속단은 금물. 이런 외형과는 달리 극이 전개될수록 영화는 자신의 색깔을 조금씩 드러낸다. 그리고 인물간의, 시대간의, 무대와 현실의 경계들이 독특한 방식으로 허물어진다. 그 중심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변하는 촬영이 있다. 특히 그것은 연극 무대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처음에는 롱숏(Long Shot)으로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구분하여 보여주다가 이야기의 전개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카메라가 무대 위의 인물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게다가 감독은 무대장면을 실제 로케이션 장면으로 연출하여 의식적으로 무대라는 공간을 지워나간다. 이런 식으로 무대와 현실의 공간적 경계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동시에 연극 속 불륜 커플과 노(老)커플이 겹치면서 무대 위의 1972년과 현실의 1999년 사이의 시간구분마저도 허문다. 그리고 그것은 관객에게 새로운 시공간의 영역으로 안내한다. 즉,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감독은 장르의 관습을 좇지 않는다. 오히려 그 틀 안에서 인물의 감정, 상황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또한, 인물의 동선을 통해 방콕이라는 도시공간, 시대의 공기를 내밀하게 담아낸다. 이처럼 독특한 구성의 멜로영화는 오 나타폰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의 지원을 받아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