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고양이들의 이번 타깃은 영어울렁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아닐까. 최초로 선보이는 뮤지컬 <캣츠>의 한국어 공연이 9월부터 관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근래 강력한 트렌드로 떠오른 ‘고양이’라는 키워드에, 그 유명한 <Memory>를 포함해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T. 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기반해 써내려갔다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빅뱅의 대성, 옥주현, 신영숙 등 스타로 무장한 캐스트는 이 뮤지컬에 주목할 또 다른 이유라 하겠다. 물론, 고양이 울음을 연상시키는 선율 위에 절묘하게 얹힌 라임을 고스란히 옮길 수야 없었겠지만, 자막을 훔쳐보는 게 괴로웠던 관객에겐 웨스트엔드발 라이선스 공연을 편히 음미할 기회일 듯. 때는 젤리클 고양이들이 화합하는 축제의 밤. 지혜로운 리더 올드 듀터로노미, 악동 몽고제리와 럼플티저, 바람둥이 럼 텀 터커 등 한데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개성 강한 고양이들의 모습에서 은근히 암시되는 건 다름 아닌 인간사다. 손을 햝거나 얄밉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등 동물적인 몸동작이 인상적인데, 특히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의 유회웅이 연기하는 귀여운 마법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는 대사 한줄 없이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을 부린다. 애교 많은 젤리클 고양이들의 꼬리라도 만져보고 싶은 이라면, 반드시 1층 복도쪽 좌석을 노릴 것. 1막과 2막 사이, 무대 아래로 몰려나와 재롱 부리는 고양이들을 숨 닿을 만큼 가까이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