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이 영상 즉 움직이는 이미지를 하나의 언어적 도구로 활용했던 순간부터 영화는 자연스럽게 현대예술의 탐구 대상이 되었다. 영화와 시각예술은 엄연히 다른 장르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아티스트 필름&비디오’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를테면 전시장과 상영공간 혹은 필름과 비디오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작가들의 작품을 일컫는 것이다. 인사미술공간의 아카이브 프로젝트 2008은 바로 이 분야에서 활동해온 6명의 작가를 초대하여 ‘아티스트 필름&비디오 쇼케이스’를 열었다.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 르 프랭스가 1890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화를 재연하는 매튜 버킹엄의 <거짓된 미래>나 슬로모션과 시점숏, 클로즈업 등 영화적 테크닉을 작품에 활용하는 아니카 라슨의 <3L33T> 등 해외 전시에서 주목받았던 작가들의 최근작들이 전시된다. 현대예술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양한 영화 기법이나 내러티브 등 100년이 훌쩍 넘는 영화사의 유산들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6mm필름, 싱글 채널 비디오, LCD, 디스플레이 등 매체 사용과 설치 방법도 주목해볼 만하다. 전시는 독일의 실험영화/비디오를 대표하는 크리스토프 지라르데-마티아스 뮐러 회고전을 함께 연다. 영상아카이브를 통해 유명 작가들의 350여편의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