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품속의 새끼고양이) 아이쿠! 이 녀석 봐라. 역시 고양이는 자기 좋아하는 사람을 알아보나 봐요. =오~! 내가 ‘애묘가’란 건 어떻게 알고. 날 보자고 한 이유가 이거였나? 뭐 내가 인간들을 많이 도와주기까진 하지만 이런 귀여운 선물까진 필요없는데 말이야.

-아뇨. 며칠 전 비 오는 날 집 앞 쓰레기통 옆에서 주운 녀석이에요. 어찌나 가엾던지. 사실 한국이 고양이들이 살기 썩 좋은 나라가 아니거든요. ‘길냥이’들이 무지 많은데 차에 치여 죽고, 사람들이 먹는 짠 음식 뒤져먹다가 신장염 걸려서 죽고…. 평균수명이 2년도 채 안 돼요. 그래서 레드씨께서 사단법인 한국고양이협회에 기부라도 해주십사 하고…. =아! 그런 좋은 일이라면 기꺼이~! 기부가 아니라 수십 마리 정도 입양이라도 해야겠군.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기부 때문이었나?

-아뇨, 다름이 아니라 뭐 수없이 접하셨던 질문이겠지만 한번도 명쾌하게 대답을 주신 적이 없는 것 같아서요. 오늘은 꼭 답을 들어야겠어요. 레드씨는 지옥에서 악명 높은 추락악마의 아들 아넝 운 라마시잖아요. 인간도 아닌 악마가 그렇게 인간들을 도와주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갑자기 기분 좋던 얼굴이 굳어지며) 또 그 질문이야? 괴물 녀석이든 인간 녀석이든 왜 다들 그 질문을 못해서 안달이야? 그래, 나 같은 괴물은 인간 좀 도와주면 안 되나? 왜 도와줘도 못 잡아먹어서들 난리야?

-죽을힘을 다해 아기를 구해줬더니 애 엄마한테 “아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란 힐난만 듣고 경찰들은 괴물이라며 총을 겨누고…. 인간들이란 가슴에 구멍이 나 있어 그걸 채우려고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종족이라잖아요. 그냥 지구상에서 다 멸종시켜버리고 싶은 생각이 안 드세요? =(버럭!) 그럼 요 초코파이처럼 생겨먹은 뿔이라도 다시 기르리? (손을 휘휘 저으며) 그만 합시다! 나 말고도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들 도와주는 존재도 많잖아.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래?

-누가 있는데요? =왜 그 입 튀어나온 날렵한 녀석 있잖아, 블레이드라고. 뱀파이어면서도 인간들을 위해 뱀파이어들을 사냥하잖아. 또 헬싱 가문을 위해 흡혈귀들을 죽이는 아카드나 세라스 빅토리아도 있고. 그러고 보니 인간들을 위해 종족을 죽이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구먼 그래.

-에이, 그 양반들이야 완벽한 괴물은 아니죠. 인간을 돕는 뱀파이어들은 대부분 반쯤 인간 피가 섞여 있다고요. =흠…, 그렇다면 인간들이 그토록 좋아라 하는 슈퍼맨은? 그 녀석은 지구도 아니고 수만 광년 떨어진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잖아? 또 어릴 때 엄마를 잃은 아이들 외로울까봐 홀아비랑 결혼까지 해서 친절한 새엄마 노릇까지 해주는 외계인도 있고, 심지어 장강7호라고 우주에서 온 ‘외계견’마저 있더만. 맞아! 피콜로 대마왕이니, 베지터니, 프리더니 인간들을 괴롭히는 악당들에 맞서 수없이 지구를 구해낸 손오공도 사실은 사이언별에서 온 외계인 카카로트였잖아. 그딴 질문은 제발 그 녀석들한테 가서 좀 하라고!

-오! 코믹북도 좋아하신다고 하더니 일본 망가까지 탐독하신 거예요? 어쨌든 그러고 보니 진짜 레드씨 말고도 인간을 위해서 헌신을 하는 다른 종족들이 있긴 하군요. 하지만 언급하신 그들과 레드씨와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요. =그게 뭔데?

-외.모! 슈퍼맨 클라크 켄트는 훤칠한 미남이고, 그 홀아비랑 결혼했다는 셀레스터양도 늘씬한 미녀였던데다, 장강7호는 깨물어줄 정도로 귀엽잖아요. 그리고 손오공도 뭐 그 헤어스타일만 빼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훈남이고 말이에요. 그에 비하면 레드씨 외모는 진짜 괴.물.이죠. 무엇보다 키가 190cm는 넘어보이는데 무려 5등신으로 보이게 하는 그 거대한 얼굴 크기라니. 처음 멀리서 봤을 때 화이바라도 쓰신 줄 알았다니까요. =(부들부들) 내가 인간들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꾹 참고 지냈는데 너만큼은 안 되겠다. (거대한 6련식 핸드캐논 ‘빅 베이비’를 꺼내며) 너만 빼고 예전과 다름없이 인간들을 위해 봉사해주지. Go to hell~ (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