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일본의 거대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두 갈래로 양분되어 있었다. 소년·소녀 잡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과 청소년 관람불가인 성인용 애니메이션.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신에이동화가 1992년 제작한 TV시리즈 <짱구는 못 말려>는 성인용 만화(우스이 요시토의 <크레용 신짱>)를 동심의 세계로 끌어들인 획기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방영 당시 2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홍콩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자 히토시 모기가 제1회 대한민국 콘텐츠 페어의 특강을 맡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9월25일 일반인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짱구는 못 말려>의 성공 전략을 강의했다.
-<짱구는 못 말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프로젝트였다. 기획할 당시 주변의 반응이 어땠나. =어른들은 “애들 보여주면 안 된다”고 말렸고, 언론은 <짱구는 못 말려>가 어린이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애(짱구)가 어른한테 반말하고, 바지 내리고 그러니까. (웃음) 그래도 처음부터 분명히 가족을 타깃으로 삼은 영화였고, 성인 잡지에 연재됐던 어른용 에피소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다 삭제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실제 다섯살 어린이들은 짱구보다 더 심한 장난을 친다. 딸을 키워보니 그렇더라. (웃음)
-하라 게이치 감독과는 <짱구는…> 시리즈에 이어 <갓파쿠와 여름방학을>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그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게이치와는 신에이동화에서 감독과 제작자로 함께 일했고, 마침 나이도 같아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짱구는…>을 제작할 때에는 나이가 젊었기 때문에 서로 같이 일할 생각은 못했지만, 언젠가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기 때문에 <갓파쿠와…>를 함께 만들게 됐다. 내가 지금 독립해서 차린 회사도 하라 게이치의 차기작을 만들기 위해 차린 회사다.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는 애니메이션에 어느 정도 관여하는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를 완전히 믿고 캐릭터를 맡겼다.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100% 스토리작가들이 만들었다.
-짱구의 모델이 된 사람이 있나. =모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우리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적은 없다. 다만 짱구의 동생으로 나오는 히마와리의 에피소드는 제작진 딸들의 실제 이야기가 작품에 반영된 것이다. 물론 내 딸 이야기도 있다. (웃음)
-하라 게이치 감독과 함께 준비하는 차기작은 어떤 작품인가. =<갓파쿠와…>와 마찬가지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소설이 원작으로,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는 사춘기 중학생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