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돈있는 부모도 없는 남자가 구혼할 때 내세울 것은 무엇일까. 그녀를 향한 사랑과 입에 풀칠할 만한 재능, 그리고 자존심이다.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이하 <미스 페티그루>)에서 리 페이스가 연기한 마이클은 1930년대의 런던을 살았던, 뒤의 세 가지만 가진 남자다. 자신의 진심을 알면서도 다른 구혼자들을 두고 고민하는 여인에게 “내일까지 결정하라”고 소리치지만, 이별을 노래하던 여자가 목이 메이면 그 공백을 피아노 반주로 채우는 남자. 고등학교 시절 처음 오른 무대에 반해 배우가 된 리 페이스는 마이클을 두고 “노동 계급의 뜨거운 가슴을 가진 남자, 젊은 시절의 앨버트 피니를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했다. 1979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석유사업가인 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2003년 TV영화 <솔저스 걸>로 두각을 드러냈다. 페이스는 이 영화에서 군인과 사랑에 빠지는 트랜스젠더로 출연해 골든글로브 후보에 올랐고, 고담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했다. “줄리아드에서의 연기 훈련도 이 영화를 준비하기엔 부족했다. 여장을 하고 거울을 봤을 때의 심경은 복잡했다. 그러나 연기의 영향력을 배웠다는 점에서 엄청난 경험이었고, 언제까지나 자랑스러울 것이다.” 사실 그를 대중에게 제대로 알린 작품은 2008년 출발한 로맨틱판타지 <푸싱 데이지>(TV)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능력을 가진 파이가게 주인 네드가 되기 전까지는 연극 무대의 주연과 스크린의 조연을 오가던 그였으나, <푸싱 데이지>가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 장기화와 배우로서 입지를 확실히 했다. 연기를 시작하고 11년이 지나서야 명성이 찾아온 2008년이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 같다. <미스 페티그루>와 <푸싱 데이지> 말고도 4년 동안 38개국을 돌며 준비한 타셈 싱의 <더 폴>을 선보였으며, 한국영화 <중독>을 리메이크한 <포제션>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제션>에서 그는 사라 미셸 겔러의 시동생을 연기했다. “정말 섹시한, 로맨틱스릴러”라고 설명한 그가 보여줄, 이병헌과는 또 다른 매력이 기대된다.
[리 페이스] 이병헌의 역할도 준비됐어요
글
안현진(LA 통신원)
2008-10-02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의 배우 리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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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GA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