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은 사실 자신의 음악보다 토이의 6집 ≪Thank You≫(2007) 수록곡인 <뜨거운 안녕>의 달콤한 객원보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십대 시절 홍대 언더신에서 ‘위퍼’라는 밴드를 이끌며 주목받았던 그는 2006년 정직한 모던록 사운드의 1집 ≪Radio Dayz≫를 발표하고 이 앨범으로 국내의 대안적인 음악상을 표방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다부문 노미네이션과 ‘올해의 가수’ 남자 솔로 부문상 기록을 남겼다. 2집 ≪Spectrum≫은 1집에서 내비쳤던 성장 가능성을 기대 이상으로 증거하는 음반. 일상의 감정과 단상들을 무리하게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만의 장점이 훨씬 스펙트럼 넓어진 사운드와 여백, 뚜렷한 선율을 타고 흐른다. 다채로워진 동시에 더 단순명쾌해졌고, 내성적인 감성과 외향적인 표현의 조화가 뛰어나다. 대담하고 비장한 스케일의 사운드(<I Need Your Love>), 서정적이고 세련된 멜로디와 피아노의 어우러짐(<은하수>), 어쿠스틱 솔로 기타에서 거대한 록사운드로 큰 폭의 사운드와 감정 변화에 대한 통제력(<내 맘이 아픈 건>)까지 이지형의 2집은 곡마다 매력적인 숨을 깊게 내쉬는 입체적인 소포모어 음반이다. 이 모든 성장의 중심은 뚝심인 듯하다. 일렉 사운드 또는 과도한 편곡에 의존하거나 괜한 나른함을 지루하게 고집하는 것도 아닌, 유행 따위 모른 척하는 젊은 로커의 뚝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