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9월 19일 금요일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왜관의 기지촌 클럽. 적성에 맞지도 않는 컨츄리 음악 연주에 지쳐있던 상규(조승우)는 어느 날 새로운 소울 음악에 꽂혀있는 기지촌 토박이 만식(차승우)과 만나게 된다. 곧 의기투합하여 6인조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 이들은 더 큰 무대를 꿈꾸며, 가수 지망생 미미(신민아)의 아이디어로 서울로 상경한다. 독특한 무대매너와 창법으로 인상을 남긴 그들은 음악계를 주름잡던 팝 칼럼니스트 이병욱(이성민)의 눈에 띄게 된다. 초반, 시민회관의 화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한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의 개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무대에 서게 된다. 낯선 소울 창법으로 외면당하던 데블스는 곧 고고댄스의 유행을 선도하며 통행금지와 함께 금기시 된 밤문화의 개척자로 우뚝선다. 그러나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미치게 흔들어 댈 수 있는 젊은이의 해방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의 탑압 아래 그룹들은 퇴폐와 향락의 오명을 쓰게 되고, 데블스의 운명도 위기에 빠진다. <후아유>부터 <사생결단> 등 장르에 상관없이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최호 감독의 본격적인 음악영화. 한국 영화음악의 역사를 새로 쓴 방준석 음악감독과 최호 감독과 꾸준히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는 심보경 PD, 그리고 <후아유>의 조승우가 6년 만에 다시 뭉쳤다.
100자평
이야기는 한국판 <도어즈>, 콘서트는 한국판 <샤인 어 라이트>. 기본적인 얼개는 음악영화이고 시제는 최호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과거형이지만, <사생결단>처럼 시대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채워넣고 무엇보다 피끓는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의 이전작과 사실상 멀지 않다. 그는 암울하고 억압된 시대를 경유하면서 거의 단절되고 삭제되다시피했던 한국 록의 역사를 불러낸다. 그렇게 영화는 멤버들의 갈등 뿐만 아니라 시대와의 불화까지 겹쳐진다. 그 시대와의 불화는 <고고70>을 코미디 영화로 만들기도 하고 '음악 누아르' 영화로 만들기도 한다. 미미와의 로맨스를 의도적으로 비껴가면서 담아낸 시대의 공기와 풍경은 그 자체로 의미있고, 다양한 앵글과 워크와 사운드 실험으로 담아낸 공연 장면의 퀄리티는 단연 독보적이다. 완벽주의자 최호 감독이 일궈낸 새로운 성취다. - 주성철 <씨네21> 기자.
1970년대, 고고클럽은 곧 젊음과 자유의 다른 말이다. 통금과 단발, 미니스커트 단속 등 젊음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금기시 되던 그때, 속옷이 흠뻑 젖도록 추는 고고클럽의 열기는 최류탄 맞으며 데모를 하는 학생들의 패기만큼 뜨겁다. 최호 감독은 이 비밀스런 밤의 집회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다. 당시 고고클럽을 주도하던 데블스의 흥망성사는 곧 한국 팝의 역사이자, 한국의 연예산업의 위치를 설명해 주는 키워드다. 금지곡이 지정되고 밴드가 퇴폐와 향락의 온상으로 처벌받는 당시의 정황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아도 쓴웃음을 자아내며, 이 영화의 존재 이유기도 하다. 전작 <사생결단>에서 보여준 최호 감독의 '발로 뛰는' 시나리오는 <고고70>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사료에 풍부한 상황설정에 비해 이야기의 얼개와 캐릭터 확립은 다소 헐겁다. 2% 정도 더 밀어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막판, 12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16분간의 리사이틀은 공연 실황을 방불케 하는 이 영화의 볼거리. - 이화정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