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와 리스> 1968년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상영시간 97분 화면포맷 1.55: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스페인어 자막 한글 출시사 액티버스 화질 ★★★ 음질 ★★★ 부록 없음
<죽음 만세!> 1970년 감독 페르난도 아라발 상영시간 86분 화면포맷 1.66: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프랑스어, 스페인어 자막 영어 출시사 컬트에픽스(미국) 화질 ★★★☆ 음질 ★★★ 부록 ★★★
1962년, 페르난도 아라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롤랑 토포르는 죽어가는 초현실주의를 극한까지 밀어붙인다는 마음으로 ‘무브망 파니크’를 펼치기 시작한다. 혼란과 무질서를 신봉했던 그들은 희화적인 행동과 초현실적인 예술을 비정형으로 결합하곤 했는데, 해프닝이라 할 그들의 퍼포먼스는 영화 및 기타 장르로 확장되기에 이른다(이런 퍼포먼스를 무브망 파니크라 부른다). 조도로프스키의 <판도와 리스>, 아라발의 <죽음 만세!>, (르네 랄루와) 토포르의 <판타스틱 플래닛>은 그 결과물이다. 이중 <판도와 리스>와 <죽음 만세!>는 공히 아라발의 희곡과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데다 주인공과 주제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자매편이라 칭할 만하다.
<죽음 만세!>는 스페인 내전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의 이야기다. 우연히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판도는 그녀가 가족의 안녕을 위해 아버지를 군부에 밀고했음을 알게 된다. 공산주의자이자 무신론자인 아버지가 반역죄로 처형당한 배후에 충격을 받은 판도는 극악한 현실과 성적 환상, 기억과 환각의 혼돈 속에서 진실을 구하려 애쓴다. 실제로 내전 당시 군인이던 아버지의 불가사의한 실종을 겪은 아라발은 영화에 상당 부분의 자전적인 내용을 반영했다. 그런데 아라발은 인터뷰에서 “사회비판적인 부모와 달리 나는 섹스, 신, 사랑이 더 흥미롭다. 물론 사회에도 관심이 있지만, 나는 그것과 관계 맺기를 더 좋아한다. 난 사회에 입맞추고 싶다. 박해당한 가족에 대해서도 나는 화나지 않는다”라는 불가사의한 말을 남겼다. 이에 따르면 <죽음 만세!>는 분노와 비판의 영화가 아닌 절망과 고뇌와 성장의 기도라 하겠다.
2년 먼저 나온 <판도와 리스>는 기실 <죽음 만세!>의 후속편에 가깝다(아라발은 <죽음 만세!>를 시간과 땅에 발붙인 작품으로, <판도와 리스>는 땅에서 살짝 떠 있는 작품으로 보았다). 몸을 다친 판도를 수레에 실은 소녀가 황야로 떠나면서 <죽음 만세!>는 끝맺는데, <판도와 리스>에서는 거꾸로 다리가 불편한 소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판도가 등장한다. 영화는 희곡의 5장을 4장으로 바꾸었고, 다섯명의 원래 캐릭터 외에 수많은 인물을 더했으며, 원작엔 없는 인물의 과거와 이상향의 역사적 배경을 따로 설명한다(‘무브망 파니크’ 때처럼 아라발은 영화 작업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발이 베케트와 이오네스코의 후계자임과 부조리극인 <판도와 리스>와 <고도를 기다리며>의 유사함을 상기시키는 요소들은 영화에 살아 있다. 판도와 리스는 파괴되고 타락한 도시를 떠나 이상의 땅 타르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들은 폭력과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황야 안에서 맴돌 뿐이다.
<죽음 만세!>와 <판도와 리스>는 만들어진 지 40년이 다 된 지금도 스캔들과 신성모독 등의 악명으로 더 기억되며(영화는 상영금지됐고, 관객은 폭도로 변했으며, 영화제는 문을 닫았다), 혹자는 철지난 은유와 뻔한 메시지를 예로 들면서 두 영화가 시간을 이기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야만적이고 쇼킹한 묘사 너머로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되살리기를 요구한다. 두 사람은 자기들의 ‘무브망 파니크’를 포함한 모든 것을 조롱했고, 스스로 무지한 자라 자처하면서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려 했으며, 영혼에서 영혼으로 소통되는 (그러니까 철학자의 심각함이 필요없는) 예술을 지금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두 영화는 그들의 순수와 대담성을 증명하는 생생한 기록이다. <엘 토포> <홀리 마운틴>과 함께 출시된 <판도와 리스>의 DVD에 부록이 전무한 반면, <죽음 만세!>의 DVD는 아라발과 실험영화 감독 니코 B의 기상천외한 인터뷰를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