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문화와 예술에 투자하는 메세나 사례 중에서도 유독 쌈지의 방식이 두드러졌던 것은 이른바 ‘아트’와 ‘인디’한 어떤 것의 접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쌈지스럽다’라는 조어를 갖다붙여도 단숨에 특정 이미지나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은 그 역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 가능하게 한다. 기업에서는 이를 아트 마케팅, 감성 마케팅 등의 용어로 지칭할 테지만, 결과적으로 쌈지가 해온 것은 디자인과 아트, 비즈니스와 아트의 모험적인 조우다. 이번 전시는 그 활동의 중심이 되어온 쌈지스페이스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10년간의 전시 프로그램과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 각종 활동을 압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신진작가를 위한 <이머징전>, 기성 작가들과 신진 작가와의 소통을 유도했던 <타이틀 매치전>, 해외 대안공간 작가들과의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한 <해외 교류전> 등과 각종 세미나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자료 등은 새로운 방식의 예술이 태동하는 다양한 순간들을 증명한다. 쌈지스페이스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전시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중단을 선언했다. 예술에 대한 지원을 다른 방식으로 모색하겠다는 그 뜻이 당장은 아쉽더라도, 현대미술 역사의 일부를 담아낸 이 대안공간의 자료전은 놓치기 아쉬운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