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콜드플레이, 킨, 스타세일러, 트래비스 등이 조화롭게 뒤섞이면 아마도 이런 음악이 나올 것 같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3인조 록밴드 더 스크립트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은, 걸작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손에서 쉽게 놓을 수도 없는 음반이다. 먼저 귀를 사로잡는 건 짜임새와 훅이 좋은 멜로디 라인. U2와 콜드플레이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때 그랬듯 스크립트의 곡들은 어느 한 부분 귀에 거슬리는 대목 없이 술술 흘러가면서도 필요한 대목에서 반드시 주의를 끈다. 유려한 현악 편곡과 말쑥한 리듬 라인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이른바 한국에서 “중독성있는”, “몽환적인”, “감수성 넘치는” 등의 수식어로 표현될 법한 종류이고, 기타 겸 보컬을 맡은 대니 오 도나휴의 창법은 이 글 첫머리에 언급한 밴드들의 보컬들 개성을 한데 섞어 마블링 좋은 반죽으로 빚어낸 인상을 남긴다. 곡마다 훅이 너무 명징해 어느 순간 앨범에 물리겠다 싶어지면, 가사에 귀기울이길 권한다. 비약과 은유가 교차하는 낭만적이고도 가시 돋친 스토리들이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것이다. 그무렵 당신이 듣고 있는 이 밴드의 이름도 새삼 상기하게 될 것이다. 절절함이 넘실대는 무드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댄서블한 트랙을 원하는 청자라면 <Rusty Halo>와 <Fall For Anything>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