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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만이 삶의 목적인 남자
구혜진 2008-09-04

한류스타 송승헌의 드라마 복귀작인 MBC 특별기획 <에덴의 동쪽>

심장에 칼을 품고 사는 남자가 있다.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다. 한류스타 송승헌이 5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MBC 특별기획 <에덴의 동쪽>에서 그가 맡은 이동철은 비극의 한 중심에 있다. 송승헌은 영화 <숙명>에 이어 또 한번 거친 남자를 선택했다.

강렬하게 쏘아보는 눈빛 한편에는 진한 슬픔이 묻어난다. 아버지를 죽인 신태환(조민기)에 대한 복수로 굴곡 많은 삶을 살지만 내면에는 가족과 연인에 대한 따뜻함이 묻어 있는 까닭이다. 어릴 때 가장이 된 동철은 다섯살 어린 동생 동욱(연정훈)을 끔찍이 보살피지만, 운명의 장난은 잔혹하다. 동욱이 갓난아기 때 신태환의 아들 명훈(박해진)과 뒤바뀌어버린 것. 원수의 아들을 동생으로, 친동생을 원수로 오해하는 비극은 질긴 악연으로 이어진다. 카지노 대부의 오른팔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송승헌은 배역을 위해 영어, 중국어에 딜러 교육까지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는 “동철은 굴곡있는 인생을 살지만 상대방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남자 중의 남자”라며 “거친 카리스마 속에 숨겨진 절제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1960년대 탄광촌에서 시작해 현재로 이어지며 민주화 항쟁과 같은 굵직한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른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전북 익산 원광대 교정에서 촬영한 시위장면은 3월 초 입학식이 시간적 배경인 까닭에 배우들과 1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은 무더위에도 겨울옷을 입어야 했다. 동욱과 혜린(이다해)이 대학에 입학한 해는 1981년으로 ‘군부독재 타도하여 민주정부 수립하자’고 외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한창이던 때다. 교정에 갑자기 최루탄이 사방에서 터지며 전경들이 몰려오고, 동욱과 혜린은 학생들에 휩쓸려 유리창을 넘어 체육관 안에서 몸을 피했다. 자욱한 연기가 가득한 체육관에서 동욱은 유리에 벤 혜린의 발을 자신의 손수건으로 싸매고, 두 사람의 시선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언론재벌의 둘째딸로 동철·동욱 형제와 얽히는 혜린 역의 이다해는 넘어져 손바닥에 생채기가 나기도 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다.

연정훈 역시 <에덴의 동쪽>이 복귀작이다. 3년 만에 촬영현장에 다시 선 그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연정훈은 “첫 촬영을 앞두고는 잠을 설쳤다”며 “대본을 봐도 봐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형 동철과 마찬가지로 동욱 역시 아버지의 복수를 꿈꾸지만 방법은 정반대다. 마피아가 되는 형과 달리 동욱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로 자리잡은 뒤 정의를 통해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한다. 송승헌의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과는 반대로 연정훈은 반듯하고 냉철한 모습으로 형제간의 대립을 암시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의 급격한 캐릭터 변화도 지켜볼 만하다.

이 모든 불행의 근원 신태환 역의 조민기는 “야욕 넘치는 태환으로 인해 모든 비극이 일어나는데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나 동정이 갈 정도로 꽉 막힌 인물”이라고 말했다. 각자 다른 에덴을 꿈꾸는 인물들이 서로 충돌하고 사랑하고 화해하며 50부 동안 사건을 줄기차게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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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