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드로잉으로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 사이사이로 혼란스러운 풍경이 떠오른다. 붉은빛을 띤 캔버스는 마치 참혹하도록 황폐해진 도시 풍경을 묘사한 듯 보인다. 치열하면서도 절박한 무질서의 이 그림 아래에는 새의 발을 본뜬 브론즈상이 캔버스를 받들고 있다.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이 브론즈상은 오히려 그림 속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4.8m에 달하는 이 작품은 인도 현대 작가 지티쉬 칼랏의 신작 시리즈 <Skinside Outside>다. 1974년생인 젊은 작가의 눈에 포획된 인도의 현재는 근대화의 기치와 경제성장 이면의 고민과 혼란의 이미지다. 작가는 특정 작품의 형태 안에 작가가 보고 느낀 인도의 현대 모습을 빼곡하게 새겨넣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작한 뼛조각으로 실물 크기의 자동차 형상을 만든 <Collidonthus>는 그 뼛조각 속에 거리 폭동이나 폭격 이미지 등을 표현했고, 하트 모양으로 구부러진 다리 교각의 조각 <Lipid Opus>에는 도시의 잔해들이 붙어 있는 식이다. 뭄바이, 싱가포르, 뉴욕, 시드니, 베이징, 취리히 등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지티쉬 칼랏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05년 제3세계 작가들의 그룹전에 이은 한국 첫 개인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