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에 청소년회관에서 조그맣게 열었던 1회 영화제는 이제 모르는 곳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와 출품된 영화에 대해 물어볼 만큼 커졌다. ‘조선, 고려, 꼬레아, 코리아 소통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제4회 재외동포영화제가 8월28일부터 31일까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살아가는 문화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재외동포들의 삶을 영화로 비추고 또 그들과 소통하려는 영화제다. 김강수 실행위원장은 영화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좁은 사무실에서 세명의 직원과 함께 막바지 영화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4회 영화제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재외동포의 역사가 길게는 150년, 통상 100년이라고 말한다. 재외동포의 역사는 그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현재 국내의 100만 이주민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는 ‘다문화 사회’에 초점을 맞췄고, 개막작도 입양인과 동포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미카엘과 진희>로 선정했다. 외국에서의 삶과 이주민의 갈등과 사랑을 보다보면 다문화의 의미도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
-폐막작은 소록도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섬이 되다>인데. =입양인도 그렇고 해외동포들도 그렇고 언제나 소속되지 못하는 주변인이다. 소록도에 계시는 분들도 국가에 의해 강제로 수용됐고 사회와 격리됐다. 사회의 무지 속에 방치되고 있는 그들을 멕시코에 살고 있는 임은희 감독이 다뤘다. 폐막작으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3인3색 재외동포 영화감독, 영화와 디아스포라를 말하다’에 장률 감독이 온다. 박루슬란, 파울라 김 감독은 생소하다. =장률 감독에게 러브콜을 계속 보냈다. 워낙 바쁜 분이라 초청을 수락할지 걱정이었는데 이번에 스케줄이 맞아서 영화제에 참석하게 됐다. 박루슬란 감독은 2회 때부터 영화제에서 계속 밀고 있다. (웃음)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으로 혈혈단신 활동하시다가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파울라 김 감독 역시 한예종 영상원에 다니는데 브라질에서 영화와 미디어 활동을 많이 한 분이다.
-해외에서도 상영회를 한다고 들었다. =지난해에는 독일 동포사회의 5월 민중제에서 전야제 행사로 영화제를 선보였다. 또 우토로 마을 주민회관에서 영화 상영을 했고, 사할린 대학 도서관에서도 상영회를 가졌다. 동포사회는 자기 동포사회 밖으로 눈을 잘 돌리지 않는다. 재일동포는 재일동포에게만, 재미동포는 재미동포에게만 관심을 둔다. 동포사회끼리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해외 상영회를 시작했고 대체로 반응도 폭발적이다.
-올해 해외 상영회 계획은. =지난해 우토로에 갔을 때 만난 청년 상공인들이 다 함께 화합하며 즐길 수 있는 문화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우리와 같이 행사를 하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가능하면 올해, 올해가 안 되면 내년에라도 가고 싶다. 또 구체적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지만 동남아시아 특히 방콕에서 영화제를 열 수도 있다. 방콕은 해외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곳에서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유하는 즐거운 영화제를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