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역사는 곧 사랑의 역사와 같다. 대중가요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감정을 가장 쉽게 표현하는 도구라면 사랑만큼 진부하고 유치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그만큼 소중한 가치가 사랑 아닌가. 어느 누구나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은 사실 그렇게 가장 일상적이고 가까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랑이다. 다행스럽게도 전시가 다루는 사랑은 아름답고 숭고한 가치를 일깨우는 거창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작가는 사랑을 하고, 사랑 때문에 싸우고, 사랑 때문에 우는 사람들의 감정을 글이 감추어져 있는 캘리그래피와 회화로 풀어냈다. <줄다리기>라는 제목의 작품에서는 선으로 그려낸 전화기 모양 속에 ‘전화먼저할까말까’라는 글이 숨어 있기도 하고, 입을 맞추고 있는 두 남녀를 그린 <사랑 노래1> 속에는 ‘음… 앙… 쪽… 쪽… 쪽… 사랑해… 사랑해’ 등의 말들이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마치 글씨가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가볍디가벼운 그림이다. 쓱쓱 그려낸 선 위주의 붓질도 한몫한다. 그 가벼움 속에 소박하고 풋풋한 감정에 쉽게 동화되기에 작품들은 모두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숨은 글자를 찾고, 글이 전달하는 정서에 공감하는 재미, 대중가요가 선사하는 정서가 회화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시는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