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부터 수영에, 펜싱에, 사격에, 유도에 이토록 관심이 많았을까. 주요 경기 일정을 챙기고 시간 맞춰 TV를 켜고 DMB를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요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림픽 주요 경기 중계 앞뒤에 붙는 광고는 광고주들의 ‘금밭’이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벤트를 잘 활용한다면 1년 내내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림픽 주요 경기 앞뒤에 붙는 TV광고는 기존 광고비의 30%에서 높게는 2배까지 더 지불해야 한다. 물론 올림픽이라는 특정한 이슈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기 때문에 이 시기에 광고를 해봤자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광고를 자제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에도 몇몇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올림픽을 소재로 한 광고들을 내놓았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을 비롯해서 SK텔레콤, KTF쇼, 국민은행, 박카스, 아디다스 등이다. 이들 중 올림픽 광고의 승자는 누구일까?
일단 박태환을 모델로 한 광고의 승리로 봐야 할 것 같다.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까지 멋지게 따준 박태환은 다른 어떤 메달리스트보다 주목받았고, 또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방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적어도 올림픽 기간 중 박태환은 장동건을 버금가는 효과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박태환 금메달 생중계 바로 뒤에 메달 획득 축하 광고를 절묘하게 내보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방법은 간단하다. 메달을 땄을 때와 안 땄을 때, 두 가지 소재를 방송사에 보낸 뒤 경기 결과에 따라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되고송’의 올림픽 버전을 만들어 응원을 하고, 박태환 스폰서링을 광고와 PR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다른 방식으로 박태환을 풀어낸 국민은행의 올림픽 광고가 좀더 흥미롭다. 국민남매라 불리는 박태환과 김연아를 커플로 묶어 풀어낸 ‘여름 소년, 겨울 소녀의 이야기’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올림픽 광고라면 땀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뭉클한 감동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나 밝고 가벼운 감성을 자극하는 국민은행의 접근은 확실히 새로운 감각으로 빛난다. 이처럼 차별화된 접근 덕분인지 삼성과 아디다스의 올림픽 광고가 식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스포츠에서 3대 빅이벤트로 올림픽, 월드컵, 슈퍼볼(미식축구 리그)을 꼽는다. 브랜드 가치를 따질 때 올림픽보다도 슈퍼볼을 더 높게 평가하는데, 54개 방송사가 30여개 언어로 23개국에 중계하는 이 이벤트는 경기 자체도 굉장하지만 그 경기에 붙는 광고가 대단한 화젯거리다. TV광고 30초당 270만달러(27억여원)라는 엄청난 광고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 최고의 광고 시기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 주요 기업들은 슈퍼볼을 겨냥한 신규 광고들을 앞다퉈 내놓는다. 더 흥미로운 것은 슈퍼볼이 끝나면 이른바 AD볼(BOWL)이라고 하는, 인기광고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 <USA투데이>가 슈퍼볼 경기 중계방송 사이사이 노출된 광고들의 인기 순위를 매겨 공개하면, 이 순위가 슈퍼볼 광고에 대한 관심을 더 자극하게 된다고 한다.
슈퍼볼처럼 많은 수의 신규 광고들은 없었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 광고들의 순위를 매긴다면 당신은 어느 광고에 금메달을 주겠는가? 경기 결과에 기민하게 광고를 집행한 SK텔레콤의 노력도 나쁘지 않지만, 올림픽 광고의 전형을 벗어나 새로운 감성의 즐거움을 준 국민은행 광고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