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이 작품으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 2007년 8월, KT&G 상상마당이 주최하는 ‘이달의 단편영화’로 선정된 <5분전>의 감독 채민기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학 졸업작품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정확히 1년 뒤, 그는 자신이 얘기했던 졸업작품 <좋은 밤 되세요>로 제2회 공주천마신상옥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당시 광고학과에서 영상영화과로 전공을 바꿨으며, <마강호텔> 연출부로 1년간 일했다는 경험을 털어놓은 그는 영화감독의 꿈을 잠시 보류하고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채 감독에게 대상 수상소감과 1년 동안의 변화를 물었다.
-1년 전에 바라던 대로 됐다. 기분이 어떤가. =좋은 자극이 되는 것 같다. <좋은 밤 되세요>는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도 상영됐는데, 그때는 반응이 안 좋았다. 심사위원분들도 안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시고. (웃음) 얼마 전까지는 극장에서 내 영화가 상영되면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좀더 자신감을 얻었다.
-<좋은 밤 되세요>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잠을 안 자게 하는 의학기술이 발명된다면?’이란 질문으로 시작했다. 평소에 잠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다. (웃음) 잠이 많은 편이라 고등학교 입시 준비할 때도 대학 다니면서 밤새 과제를 할 때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런 생각을 영화적으로 풀 수 없을까 고민하다 만든 시나리오다.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 모두 상을 받았는데, 졸업하고 연구원에서 일한다니 의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나는 10개월 된 아기가 있는 유부남이다. (웃음) 손놓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취직준비하면서 토익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좋은 밤 되세요> 후반작업도 회사 다니면서 했다. 졸업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아내가 영화를 만드는 내내 반대없이 지켜봐주고 많은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 지금 미국에서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는 박정 프로듀서도 힘들 때 의지가 되어줬다. 많이 고맙다고 꼭 좀 써달라.
-앞으로 계획은. =이번 작품은 CG가 많이 들어가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이었다. 다음엔 좀더 간단하게 찍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생각하고 있는 건 두 가지다. 시간이란 소재에 관심이 많은데,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시간의 방을 영화적으로 풀어보고 싶다. 또 하나는 제목만 생각했는데 <홍성대 죽이기>다. 홍성대가 누군지는 잘 아실 거라 믿는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