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는 단양, 서쪽으로는 충주, 남쪽으로는 문경, 북쪽으로는 원주와 이웃하고 있는 인구 14만명의 중소도시 제천. 매년 여름이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도시가 들썩인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제천은 낯선 도시다. 그래서 준비했다. 제천 시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가이드북. 일정에 따라 형편에 따라 옵션을 선택하고 영화제를 디자인한다면 제천에서의 하루하루가 알찰 것이다.
1. 교통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당일치기 혹은 1박2일로도 볼 것 다 보고, 즐길 것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기차와 버스 모두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차가 있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버스로 두 시간, 기차로 두 시간 반이면 제천에 가닿는다. 버스를 타면 시간이 단축되고, 기차를 타면 훌륭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여행의 기분을 살리고 싶다면 기차를 추천한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이들은 버스나 기차로 대구에 간 다음, 대구에서 제천행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편하다. 대구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걸어서 10분 거리라 환승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2. 즐길거리
영화제는 크게 제천 ‘문화의 거리’라 불리는 시내 행사와 청풍호반에서 열리는 행사로 나뉜다. TTC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본다면 일정을 제천 시내에서 해결하는 쪽으로 짜는 것이 좋다. 영화를 감상하고 JIMFF 스테이지에서 길거리 공연 이벤트를 즐겼다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의림지에 들르자. 시내에서 버스로 10~15분 거리에 있다.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저수지로, 낚시꾼들 사이에선 공어 낚시로 유명하다. 저수지를 따라 놓인 다리를 천천히 걷다보면 옆사람의 손을 덥석 잡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의림지의 밤은 촌스러운 원색 조명으로 그 분위기가 한층 묘하다. 친구들끼리 몰려갔다면 ‘의림파크랜드’에서 1천원짜리 바이킹을 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아찔하지만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부담스러운 기름값에도 불구하고, 차가 있으면 볼거리도 즐길거리도 조금 풍성해진다. 영화도 보고 공연도 즐기는 음악프로그램 ‘원 썸머 나잇’이 펼쳐지는 무대는 청풍호반. 신촌 블루스, 봄여름가을겨울, DJ DOC, 자우림, 크리잉넛 등의 무대를 영화와 함께 즐긴 뒤 청풍호 주변에서 놀아보자. 우선 가볍게 청풍호에서 솟아오르는 162m의 수경분수를 구경하고, 청풍나루에서 시작하는 청풍호 유람선 일주를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제천 시내에서 청풍호반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청풍 문화재단지에서 쉬었다가 SBS 드라마 <일지매>, KBS 드라마 <대왕 세종> <태조 왕건>의 촬영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청풍호의 전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신라 고찰 ‘정방사’에 들를 것. 절을 둘러싼 풍광이 아름답다.
3. 먹을거리
이렇게 놀다보면 무엇인들 안 맛있겠냐마는 제천의 먹을거리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우선 곤드레밥. 쌀이 귀했던 시절, 밥의 양을 늘리기 위해 밥에 섞어 배를 불렸던 음식으로 당뇨,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은 건강식이다. 송어와 향어 등으로 만든 민물 비빔회는 별미다. 민물고기지만 비린내가 나지 않고 새콤달콤한 소스로 야채와 함께 버무려 입맛을 돋운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제천 지역 특산품인 황기를 넣어 만든 황기 삼계탕으로 보신하자. 영화제의 정취에 취해 술을 한잔 했다면 올갱이(다슬기의 충청도 방언)해장국으로 해장하는 것은 어떨지. 입이 심심하거나 출출하면 제천의 명물 빨간 오뎅으로 허기를 달래면 된다.
자, 이상으로 잘 놀고 잘 먹으면서 영화제를 즐겼다면 내년 이맘때쯤 제천에 다시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영화제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 멋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