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혹은 기다린) 한희정의 솔로 앨범이다. 몇년이 지나는 동안 그녀에게는 더더의 보컬 출신이라는 말보다 푸른새벽의 dawn 혹은 한희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되었고, 쟁글거리는 전기기타가 정의하는 모던 록에서 e-보우와 이펙터가 만드는 몽환적인 소리의 풍경으로 이동한 보컬리스트라는 수식어가 썩 잘 어울리게 되었다. 초기의 미발표곡들과 지난 1년 반의 기간 동안 만든 곡들을 추려 10개의 트랙으로 정리한 한희정의 솔로 앨범 ≪너의 다큐멘트≫는 그녀 혼자 작사, 작곡, 연주와 프로듀싱, 녹음을 한 결과물이다. MOT의 이언이 참여했지만(<drama>) 이 정도면 온전히 한희정의 앨범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그녀는 여전히 사려깊고 내밀하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 사운드와 노랫말은 달팽이관을 지나 심장 근처까지 관통한다. 그런데 어딘지 낯설다. 외로움과 슬픔과 상실감을 노래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진 사운드는 푸른새벽의 기타리스트 ssoro와 한희정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아쉬워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감격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반가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