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아무리 넓게 담을 수 있는 초광각렌즈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땅 위에서 최대한 담을 수 있는 풍경의 넓이는 제한적이다. 원초적인 지구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가 봐도 지구는 사진가에 지극히 일부의 이야기만 들려줄 뿐. 애꿎은 다리만 고생이다. 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온전히 사진에 담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서울 갤러리룩스에서 8월5일까지 무료로 열리는 <탁기형 사진전: 하늘에서 본 세상>은 그런 방법으로 지구 곳곳의 모습을 담은 보기 드문 사진전이다. 작가인 탁기형은 현직 사진기자로 2002년부터 5년 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동안 전용기에 동행하며 하늘에서 본 지구 곳곳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여느 사진가들에게는 부럽기 그지없을, 더군다나 한번 놓치면 절대 찾아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들을 전문가다운 순발력과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차곡차곡 포착해냈다. 실핏줄처럼 끊길 듯 이어지는 길, 원색으로 나누어져 조화를 이루는 대지의 모습, 붉은 모래들의 기나긴 행렬과 용틀임 등 마치 한폭의 추상화와도 같은 그의 사진 속에서 지구는 평소 쉽사리 들려주지 않던 원초적이고 희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미 유명한 항공사진 전문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베스트셀러 <하늘에서 본 지구>를 통해 지구의 초상을 감상했지만 좁은 판형 때문에 아쉬웠던 이라면 좀더 생생한 화면으로 지구와 조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